2018.12.27 21:46



출처 : https://twitter.com/i/moments/1075773128213651458

 

삼월의 판타시아 겨울 기획 #삼파시겨울

 

#1

분명 이게, 올해 마지막 라이브가 되겠지. 내 안에 있는 아픔을 끄집어내서 승화시켜주는 그 노랫소리, 가슴을 파고드는 사운드, 영상, 조명, 음향, 그 모든 것이 겹쳐져 세계를 만들고, 어느샌가 우리들을 모르는 장소에 데려다준다. 그 사람의 라이브가 정말 좋다.

 

#2

친구인 카야와 두근거리며 개연을 기다린다. 시간이 되고 BGM 볼륨이 서서히 작아짐과 동시에 가슴의 고동이 점점 커진다. 객석 조명이 꺼지고, 보컬이 스테이지에 선다. 엄청난 환성과 열기에 흥분되어 가는데, 조용히 인트로가 흘러서 조금씩 스테이지에 불빛이 들기 시작했다

 

#3

---3.

졸업식날 아침. 아직 파자마를 입은 그대로 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곡을 멍청히 들으면서, 문득 작년 라이브를 생각했다. 9월이었는데도, 아직도 왜인지 그립다. 3 1년간은, 기분이 어지러울 정도로 변화해선, 때론 점점 심해져갔다. 그 옆에는, 언제나 카야가 있었다.

 

#4

4. 신학기 초반에 배부되는 진로희망조사표. 3학년이 되고 바로 반에서는 수험모드가 떠돌고 있다. 난 작년부터 정해둔 대학명을 기입했다.

쉬는 시간은, 같은 에 있는 애들이 말하는 드라마 이야기를 잘 모르지만 웃고 고개를 끄덕였다.

난 가까운 자리끼리 자연스럽게 고정되어버리게 된 에 속한다.

 

#5

매해 그렇게 붙어다디는 애들과 행동하고, 놀면서 지낸다. 그건 그것대로 즐겁다. 불화를 꺼리는 것이 의 특징으로, 흔히 말하는 평화. 하지만 때론, 다들 사실은 뭘 생각하는 건가 모를 때도 있다. 거기엔 공허가 분명히 생겨날텐데도, 독립할 용기는 없어서 그 암묵의 룰에 따르고 있었다.

 

#6

5. 오늘은 재빨리 학교를 빠져나간다. 향하는 곳은 CD.

신보(新譜)코너에 도착하니 시청하고 있는 어디서 본 기억이 있는 단정한 옆 얼굴에, , 하고 생각한 순간 눈이 마주친다. 생긋 웃어준 건 같은 반인 히이라기 카야였다. 미스터리어스한 분위기를 내는 그녀가 보여준 그 웃는 얼굴은 지금도 뇌리에 박혀있다.

 

#7

나도, 이 아티스트 좋아,헤드폰을 벗으며 카야에게 얘기를 거니 좋지. 나가세, 였지?” 하며 신중하게 확인하듯 묻는 태도가 이상해서 , 나가세 미오하며 웃으니 그녀도 히힛하고 입꼬리를 올렸다.

그대로 같이 카운터까지 가서, 같이 가게를 나왔다.

 

#8

나 전철 타하며 역으로 향하는 카야에게 나도, 우리집 저쪽하며 나란히 걸었다.

전철 통학이라니, 뭐랄까, 동경한단 말야” “? ?” 진짜 몰라서, 진지하게 되묻는 그녀를, 난 이미 좋아하기 시작했다.

 

#9

음악 얘기, 평상시 아무것도 아닌 얘기. 난 분명, 카야의 꾸밈없는 모습을 좋아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언제나 올곧으며, 그 말은 언제나 진짜라고 생각했다. 처음 얘기한 그 날부터, 잘 설명할 순 없어도, 퍼즐 조각이 딱 들어맞는 것처럼, 그런 편해지는 마음이 있었다.

 

#10

언젠가 난 에서 빠져나와 카야와 보내게 되었다. 그건 용기가 필요한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애들과 관계가 악화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반이 바뀌면 같은 섬이었던사람들과 연락을 전혀 하지 않게 되는 것과 같이, 그런 비슷한 감각으로 서로 집착할 정도의 관계치는 없다.

 

#11

카야는 영어 수업 이외엔, 자주 수업을 빼먹는다. 영국에서 최신 패션을 배우기 위해 예술대학에 진학하고 싶다는, 그런 얘기를 들었을 땐 상당히 놀랐다. 보여줬던 의류 디자인 화집은 본격적이라, 그녀의 열정을 피부로 느꼈다.

난 명확한 꿈을 향해 매진하는 카야가, 정말 부러웠다.

 

#12

장래는, 아직 잘 모르겠다. 진로는 추천받은 인근 대학을 희망하고 있을 뿐이었다. “OO대학 A판정?!”하며 카야가 감탄하지만, 난 그녀의 올곧은 자유분방함을 동경할 정도로 난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분명 대학에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거라고 자신을 타이르며, 불안한 그림자를 떨쳐내었다.

 

#13

9.

여름방학도 끝나고, 교실에는 긴장감이 더욱 짙어졌다. 9월 마지막날, 드디어 그 아티스트의 라이브 날이 왔다. 처음으로 이 지역 라이브하우스에 와준 것이었다.

 

#14

맨 처음 인트로가 루프하는 중간에 어둑한 게 점차 빛과 조명이 더해져서, 점점 애태우다 노래로 들어가는 그 순간도 정말 최고! 후렴구서 푸른 빛과 스모크 안에서 부르는 모습도 정말 신이었어그리고, 초반에 했던 그 곡! 푸른색이 빨갛게 물드는 와중에 하늘 영상과 오렌지 색 조명이 딱 들어맞아서, 정말 좋았어…”

 

#15

공연이 끝난 뒤에 간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감정이 흘러넘치는 거에 끝나지 않아, 젓가락은 좀처럼 나아가지 못했다. “미오 쨩, 정말 즐거워보여카야가 웃었다. “진짜, 사랑이 넘치고 있어. 왜냐면 나 솔직히 그렇게 자세한 부분까진 안 봤는걸” “있지, 음악 관련 일은 흥미 없어? 엄청난 라이브를 만들 거 같아! 엄청 감동적인 거!”

 

#16

심장이 두근거리며 맥박이 뛰었다. 내가 저 사람의 라이브를 만드는 미래. 그건, 실은 처음 상상하던 건 아니었다. 그리고 동시에 떠오른 도쿄프레이즈.

상당히 감미로우며, 엄청 잔혹해서, 뇌 속에 울린다.

, 아냐아냐, 하고 웃으며 그 화제를 반쯤 무리하며 끝냈다.

 

#17

집에 돌아가 방에 들어가니, 내 손은 자연스럽게 책상 서랍을 열고 있었다. 쌓인 종이 속을 흩트린다. 찾았다. 바로 찾을 수 있었다. 전에 청구한 조명미술을 배우는 전문학교 자료를, 손에 쥔다.

 

#18

그 고2 여름 때의 라이브하우스.

어두운 조명 아래서 더듬더듬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너무나도 절실해서, 그 때 막연히 느꼈던 고독에 공조되어 가슴이 아파져와, 마지막 후렴구에서 커다란 빛이 세계를 비춰, 노랫소리가 마음 속 어디까지라도 스며와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정말로, 구원의 빛을 보았던 것이었다.

 

#19

그때부터 난, 조명 오퍼레이터라는 직업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엄마는 내가 뭔가 꿈을 가지게 된 걸 솔직히 기뻐해주었다. 문제는 아빠다. 난 과묵한 아빠의 상냥함도, 엄격함도 알고 있다.

 

#20

젊을 땐 좋아한다는 감정만으로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일로서 계속 해나갈 수 있을까. 힘쓰는 일이기도 하고, 불규칙적인 일이겠지

아빠가 엄중히 말해, 하지만하고 입다물고 있으니, 다시 한 번 생각해보렴, 하며 타일러 주었다. 반대 태도를 취하는 아빠, 그리고 무서워서 그대로 얼어버린 내 한심스러움이 분했다.

 

#21

좋은 대학에 들어가, 좋은 회사에 취직해서, 눈에 보이는 안정을 손에 넣으라, 아빠가 생각하는 나를 위해서가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엄마는 다시 한 번 설득해보려고 하셨지만, 나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건지, 할 수 있는지, 분명하게 알지 못하게 되어 그 이후로 그 화제를 피하게 되었다.

 

#22

그 때를 기억해내니, 머릿속 한 켠에 둔탁한 아픔이 찔렀다. 이제 9. 이제와서 도쿄에 있는 전문학교를 시험치고 싶다니 반대당해도 어쩔 수 없어. 또 분한 감정을 가지게 될 바에야 희망 따위 가지고 싶지 않아. 낡은 잡지와 함께 엄마에게 건넸다. 감정이 터지기 전에 모두다 버리고 싶었다.

 

#23

버리고자 마음먹었지만 역시나 내 마음속에 쫙 달라붙어 남아있었다. 계속 마음 속에 숨겨두고 있던 감정을 더 이상 외면하는 척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무리하는 거 아냐? 그만두는 게 좋을 걸같은 나약한 내 목소리에 다리가 얼어붙어서, 결국 난 어디에도 갈 수 없는 것이었다.

 

#24

10월도 어느새 중순.

좀처럼 나아가지 않는 과거문제집을 풀고 있는 와중, 잠시 쉬려고 트위터를 들여다봤더니 그 아티스트의 첫 무도관 공연이 발표되었다. “우와-----!” 목소리를 높여 기뻐하곤, 바로 카야에게 라인을 보낸다. 가슴이 크게 동요해선, 거친 호흡을 내쉬고 있었다.

 

#25

그 사람이 무도관 무대에 서는 순간, 핀 스폿으로 집중되고 노래가 시작된다. 그 소매로 신중하게 빛을 쐬면서도 고양되는 내 모습이 뇌 속에 떠오를 때, , 멋대로 눈물이 흘렀다.

역시, 전해야만 한다.

심호흡을 하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긴장하는 몸으로 거실로 향했다.

 

#26

, 역시 조명 오퍼레이터 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도쿄에 있는 전문학교에서 공부하게 해주세요

정말로 음악이 좋고, 라이브가 좋아서, 제가 라이브에서 구원받은 거 같아서, 소리의 세계에서 빛과 색채를 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 , 계속할 자신이 있어요. 그러니까, 부탁해요…”

 

#27

침묵은 계속되고, 거실에는 티비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방송의 소리만이 허망하게 떠돌고 있다. 머리를 숙이고, 소원을 빌 듯 말을 기다리고 있으니 아빠가 입을 천천히 열었다.

안된다

 

일은, 그렇게 얕볼 게 아니란다. 나중에 후회해봤자 늦는다

 

#28

“…, 어째서 꿈을 좇는 거 조차도 허락해주지 않는 건데요?!”

분노와 후회의 감정만이 맴돈다.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난 그걸 훔쳐내지도 않고 내 방에 돌아가 문을 걸어 잠갔다. 아무 이야기도 듣고 싶지 않아. 침대에 조그맣게 웅크리곤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폭음 아래서 울고 있었다.

 

#29

울다 지쳐서, 어느샌가 자고 말았다. 아침, 핸드폰 알람으로 눈을 뜨곤, 무거운 머리로 알람을 멈추고 화면을 보니, 카야로부터 몇 건이나 라인이 와있었다. 무도관 공연에 대한 걸 완전히 잊고 말았다. 지금은 대답할 기력도 아무 것도 없이 무기력했다.

그래, 멍하니 어떤 걸 생각해본다.

 

#30

그리고 언제나처럼 교복을 입고, 아직 걱정하는 듯한 엄마와 언제나 변함없는 아빠와 평상시처럼 아침을 먹고 집을 나왔다.

걸어서 향하는 곳은 고등학교가 아니다. 평상시보다 가벼운 가방은 내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어딘가 멀리 가고 싶다.

 

#31

갈 곳도 생각하지 않은 채 전차를 탔다. 학교와 반대 방향으로 가는 전차는 상상했던 것보다 더 비어 있었다. 자리에 앉아, 창문 밖 풍경이 점차 모르는 거리로 변해가는 걸 멍하니 바라본다. 처음으로 학교를 땡땡이쳤다. 그러나 죄악감보다도, 조용히 고양되는 마음이 더 커지는 게, 스스로도 놀랐다.

 

#32

음악을 들으며 흔들리고 있자니 어느새 종점역에 다다르고 말았다. 개찰구를 나갈 때 주머니 안에 핸드폰이 울린다. “오늘 쉬어?”라고 카야에게서 온 라인에 땡땡이라고만 대답했다. 조금 더 걸은 곳에 명화 극장이 있다. 음악영화를 잘 상영해주는 극장이라, 1200엔에 2편 볼 수 있어서 좋다.

 

#33

극장을 나갈 즈음엔 오후 3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나는 포테이토의 좋은 향기에 이끌려 맥날에 들어갔다. 프랑스 영화 두 편 다 볼 때엔, 자 버렸지만 시간을 보내기엔 딱 좋았다. 주문하고, 가방에서 지갑을 꺼낼 때에 보인 파란색 꾸러미가, 오늘 아침 언제나처럼 엄마가 건네준 도시락을 기억해낸다.

 

#34

이미 주문은 해버렸다. …. 도시락은 나중에 먹자.

배는 고플텐데 포테이토가 맛없게 느껴지는 건, 마음 속에 숨어있는 고독과 불안을 깨달았기 때문이려나. 주위 시선에도, 안정되지 않는다.

이제부터 어쩌지, 창문 건너편을 올려다보니 가라오케 우주라는 이름의 간판이 눈에 보인다.

 

#35

외관부터도 낡아보이지만 내부는 리모델링되어, 오히려 청결함이 돋보였다. “12~19시까지 몇 시간 불러도 500!”란 글자에 마음 속으로 감사를 느낀다. 방에 들어가 리모컨을 손에 들고 조금은 즐거워진 기분에 들떠버렸다.

 

#36

5곡 정도 부르고, 지겨워졌다. 혼자서 부르는 가라오케는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오늘은 전혀 즐겁지가 않다. 왜지, 하고 구두를 벗고 소파에 다리를 편하게 하니 뇌가 얕은 수마(睡魔)에 덮쳐진다. 난 그대로 벽에 기대어, 어느샌가 자버리고 말았다.

 

#37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점차 가까워져 눈을 뜬다. 아이돌 여럿이 환하게 웃는 영상을 멍하니 바라보며, 몇 시지, 하고 주머니에서 꺼낸 새까만 핸드폰 화면에, 상영 전에 전원을 껐던 걸 생각해낸다. 전원을 넣으니 화면엔 18:42가 표시된다. 그 밑으로 나오는 알람.

 

#38

카야 짱,하고, 엄마,의 이름. 평상시라면 이미 귀가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엄마 이름엔 쿡하고 가슴이 아파와, 터치하려는 걸 참는다. 카야의 이름을 누르니 바로 전화를 받았다.

미오 쨩? 괜찮아?”

전화 못 받아서 미안…. 자고 있었어…”

? ? 지금 어디야?”

 

#39

걱정 반, 화남 반이 섞인 목소리가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온다.

“OO 역 카라오케 우주…”

라고 전하니,

우주? -, 나도 갈게

라고 카야가 말했다. 그게, 한없이 기뻐서, 난 혼자이고 싶었을 텐데, 고마워, 라는 말이 솔직히 흘러나왔다.

 

#40

엄마는 분명 엄청 걱정하고 있겠지. 아빠는 어떠려나. 걱정해 주려나? 반대한 걸 후회하려나?

그렇다면, 더 후회해줬음 좋겠다. 콕콕 찌르는 아픔을 무시하고, “집에는 안 갈래라고만 엄마에게 보내곤, 난 마음먹고, 다시 한 번 핸드폰 전원을 껐다.

 

#41

가게를 나오니 차가운 밤 공기에 다시 마음이 허전해진다.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되살아나는 선명한 라이브의 기억. 무도관 공연은 68일이다. 가고 싶어. 조금 앞에 있는 미래, 난 뭐 때문에 살아가고 있는 걸까. 내가 그리는 꿈은 이렇게 부정당하고 마는 건가. 분해서, 또다시 눈물이 차오른다.

 

#42

잠시 시간이 흐르고 가벼운 차림을 한 카야가 와선, 교복을 입은 날 보고서 놀랐다. “교복차림으로 가출? 위험하잖아!” 그렇게 말하곤 기가 막혀 웃는 그녀가 작게 안았다. “미안, 고마워참아왔던 눈물이 조금 흘러나왔다.

배고프지 않아?” 물어보는 카야에게, 배고파,라고 말하려는 동시에

 

#43

, 도시락있어라고 말하며, 생각이 났다. “그럼 공원에서 밥 먹자. 이제야 좀 가출 같아카야는 웃으며 스마트폰으로 근처 공원을 찾아 걷기 시작했다.

둘이서 나란히 밤거리를 걷는다. 아까까진 불안 밖에 없던 어둑한 밤도, 카야가 옆에 있으니, 어딘가 별을 찾고 싶은 여유마저 생겨날 거 같다.

 

#44

가는 길에 잡화점에 들려 산 담요를 무릎에 올리고, 공원 벤치에 앉는다. 붙어있으니, 생각이상으로 따뜻하다.

예쁘게 싸인 도시락을, 좀처럼 열지 않는 나를 향해 그래서, 왜 학교 땡땡이 치고 가출한 거야?” 고기만두를 먹는 카야가 묻는다. 한 번, 크게 숨 쉬고 어젯밤 일을 전부 얘기했다.

 

#45

카야 짱은 말야, 유학, 반대는 없었어?”

계속 거부당했었어-. 일본에도 유명한 학교는 있을 거야라며 크게 반대하고. ….하지만 말야, 어느 잡지서 읽은 파리 콜렉션 특집이 그거 정말 충격적이었어. 그래서 영국 브랜드에도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그렇게 차츰, 아아 나 절대로 저기서 배우고 싶어 라고 말야

 

#46

하지만 전혀 납득해주지 않아서, 분해서 영어만이라도 상위에 들려고 필사적으로 공부했어. 1 1년간은 죽을 기세로 알바해서 백만엔 저축했어. 그래서, “저 진짜로 해외에서 배우고 싶어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돈도 스스로 벌 테니 가게 해주세요라고 머리 숙였지. 결국 부모님도 체념하신 거 같아

 

#47

돈 문제가 아니었으니 그렇게 무리하지 말라며 혼내셨어. 라고 말한 카야의 엄청난 노력에 솔직히 감동받았다. 꼬르륵, 하고 배가 울렸다.

도시락 먹어, 카야가 웃는다. 싸인 걸 풀고 뚜껑을 여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들이 정갈하게 놓여있었다.

 

#48

가슴이 꾸욱 아파온다. 난 가장 좋아하는 닭튀김을, 천천히 베어문다.

알고 있다. 아빠도, 날 걱정해주시는 걸. 난 분명 과보호 하에 자라왔다. 소중히 자라왔단 걸 안다. 하지만, 나도 마찬가지로, 이 꿈을 소중히 키우고 싶은 것이다.


#49

빈 도시락통을 가방에 넣으니, 엣취, 기침이 났다.

돌아갈래?” 자연스런 말투로 카야가 말한다.

“…돌아가고 싶지 않아

나직이 말하는 내게, 우리가 커플이냐! 하고 태클거는 카야의 든든함은 헤아리기 어렵다. 하지만 이 이상은,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았다.

 

#50

여기까지 와 줘서, 정말 고마워. 얘기도 들어줘서 기운 났어. 이젠 혼자서도 괜찮으니까!” 오늘 중에서 가장 기운 찬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아직 막차 있기도 하니, 난 돌아갈게. 하지만, 미오쨩 혼자가 되버리잖아? 괜찮겠어?” 저기 말야, 하고 커다란 눈동자가 추궁한다.

 

#51

그거야, 외롭지만서도…”

그럼 같이 있자고, 말 안 할 거야. 이제와서 사양하지마

그리 말하곤 토라지는 카야가 왠지 참을 수 없을 만큼 사랑스러웠다. “고마워카야를 올려다보니 몇 초간 서로 바라보는 형국이 되어, 갑자기 이상해져서, 우리들은 큭큭 웃었다.

 

#52

밤엔 만화 카페려나, 중얼거리는 카야. 근처 역에 하나 있다고 말한다. 역까지 돌아가자는 그녀에게, “저기 선로 옆길 걸어보자고 제안했다. 시골 한 역은 4-5Km정도 한다. 그래도 어딘가 조금 더 둘이서 이 밤을 걷고 싶었다. -, 살짝 고민하더니 좋아, 재밌을 거 같아고 장난스런 눈을 한 카야가 웃는다.

 

#53

Stand by me라고 하는듯, 웃으며 밤거리를 걷는다. 우리들의 비밀여행. 카야와 함께라면 어디라도 갈 수 있어, 같이 강하게 생각하지만 어느 사이엔가, 깊은 밤이 마음을 엄습해온다. 카야의 소매를 꼬옥 붙잡으니 상냥하게 달래주었다.

올려다본 밤하늘은 우리들을 지켜주듯이, 작은 별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54

한시간 정도 걸어서야 가고자 했던 역에 도착하니 바로 앞에 만화 카페간판이 보였다.

금요일 밤이라서 그런지, 조금 번잡한 계산대에서 계산을 마치고, 처음 들어간 페어 시트는 어딘가 진정되지 않아서, 두근거리며 혼자 잡지를 읽는다.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카야는, 먼저 샤워하러 갔다.

 

#55

샴프 향기에 잠기려던 눈꺼풀이 생기가 오른다. 카야가 돌아왔다. 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샤워실에 들어간다.

따뜻한 물을 적시니 느긋히 근육이 풀리며, 이렇게나 몸이 굳어졌단 걸 깨닫는다. 모든 걸 씻어내듯, 난 정성껏 몸을 닦고 샤워실을 나왔다.

 

#56

방에 돌아가니, 카야는 기분 좋은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다. 그 긴 속눈썹은, 잠들어 있으니 오히려 눈에 띄게 느껴진다.

고마워, 잘 자, 마음 속으로 중얼거리며, 그녀의 가느다란 어깨에 담요를 걸치고 조명을 끈 후, 나도 눈을 감았다.

 

#57

눈이 떠지고 한 순간 동요한 뒤에야, 그래 가출했었지, 하고 아직 덜 깬 뇌가 기억을 해낸다. 카야는 아직 잠들어 있다. 몇 시지, 시간을 확인하는 방법은 역시 핸드폰 밖에 없어서,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엄마에게서 온 대량의 착신이력과 메시지. 그리고 아빠에게서도 돌아오렴이란 메시지가 와 있었다.

 

#58

그걸 전부 읽음 상태로 해 둔다. 모든 게 싫어져 내던지고 뛰어나왔지만, 어찌되었든, 날 배려해주는 가족을 걱정하는 것이었다.

?” 복잡한 표정을 하는 나에게 카야가 묻는다.

“…부모님이 조금 걱정되, 어서두 분다 날 걱정해주시니까힘없이 웃는 날 검게 빛나는 커다란 눈이 바라본다.

 

#59

“…그치만, 무슨 낯짝을 하고 돌아가면 되려나하고, 웅얼거리니,

어제부터 계속 생각했던 걸, 다시 한 번 전해봐

라고 해준 카야의 상냥한 목소리가, 가슴 속에 부드럽게 울렸다.


#60

휴일의 텅 빈 전차에 몸을 맡기며, 아직 불안과 긴장에 또다시 짓눌릴 뻔한 그 때, 이어폰 한 쪽을 건네받았다. 잠자코 귀에 거니 흘러나오는 심각한 노랫소리. “폴더 봤더니 이 영상을 발견했어라며 우는 카야의 핸드폰엔 가라오케에서 떠드는 언제가의 우리들이 있었다.

 

#61

바보같아, 서로 웃으니 이윽고, 카야가 내릴 역에 도착한다.

고마워, 정말그렇게 전하니 카야는 힘내라고 웃으며 손을 흔들며 전차에서 내렸다.

익숙한 풍경이 가까워짐과 동시에 긴장으로 물든다. 분명 이게 마지막 기회다. 크게 심호흡한다.

 

#62

개찰구를 나가 집까지 걷는 도중,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돌아보니 숨을 헐떡이는 엄마가 있었다. “걱정했잖니…” 울먹이는 엄마의 목소리와 숨을 못 쉴 정도로 껴안아져선 나도 눈시울이 뜨거워져 죄송해요…”라고 솔직히 사과했다.

엄마와 나란히 걷는다.

 

걱정 끼쳐서, 죄송해요

 

#63

“…미오의 행복을 생각하는 마음은, 아빠도 마찬가지인걸. 그치만, 역시 걱정이야

아빠 잠 안자고, 학교에서 나눠준 자료를 읽어보셨어

…?”

미오가 더 이상 필요 없다며 건네 준 그거, 안 버렸거든

겨울의 맑은 아침해가 물들어간다. 흘러 떨어지는 눈물이 내 뺨을 천천히 적셔간다.

 

#64

다녀왔어요, 거실 문을 여니 소파에 앉은 아빠에게서 늦었구나라고 무뚝뚝한 대답이 돌아왔다. 테이블 끝에는 자료가 놓여 있었다. 옆에 앉으니 아빠의 얼굴이 조금 초췌해 보였다.

 

아빠, 걱정 끼쳐서 죄송해요

그렇게 말하곤 머리를 숙인다. 엄마가 아빠 옆에 앉았다.

 

#65

아직도 어린애라, 여태까지 많이 도움받아 왔어요아빠가 걱정해준 마음도 알아요. 하지만, 그래도 말이죠 저, 역시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이렇게나 열중할 수 있는 거 분명 이 다음엔 없을 거니까요학비도, 제대로 일해서 돌려드릴게요

 

“…그러니 부탁해요. 공부하게 해주세요

 

#66

점점 빨라지는 고동에 호흡은 거칠어지고 목소리는 떨리면서도 제대로 전해, 다시 한 번 머리를 숙인다. 침묵이 떠돈다.

 

알았다

 

아빠의 말에 천천히 머리를 든다.

할 수 있는 만큼은 해보렴

그 말이 들린 순간,

 

#67

고마워요, 하며 다가가려니 전신에 힘이 빠져서, 소파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곧바로 자세를 고쳐 아빠, 고마워. 정말 힘낼게그렇게 전하고 점차 실감이 나 가슴 속 기쁨이 승천해서, 빨라지는 호흡에 거실을 뜰뜨며 돌아다니니, 진정하렴, 아빠가 희미하게 웃으셨다.


#68

----그 때 일은, 분명, 잊혀지지 않겠지. 18년간, 기뻐서는 혼자서 들뜨고, 분해선 숨 죽여 울던 이 방도, 이제 조금 있으면 나서게 된다. 감상적인 기분에 빠져있으니 늦겠어-“라는 엄마의 목소리에 현실로 돌아온다. -,라고 대답하며 마지막으로 입는 교복을 입고, 식탁으로 향했다.

 

#69

테이블로 오니, 마지막 교복차림이라고, 빵을 먹는 모습, 머리 정리하는 모습을 엄마가 사진으로 담는다. 이 사진 필요해? 필요하거든! 라고 웃으며, 마지막으로 3명이서 사진을 찍는다. “졸업식, 둘이서 갈 테니까엄마의 말로 배웅 받고, 집을 나선다.

현관 문을 여니

안녕

카야가 서 있어서 놀랐다.

 

#70

둘이서 학교까지 걷는다.

같이 등교하는 거 왠지 처음이야그렇게 말하니 처음부터 끝이라니 감상적인걸이라는 그녀의 익살스런 말에, 조금 더 이렇게 같이 지낼 수 없다는 걸 생각하니 다시금 가슴이 아려왔다.

, 고등학교 그만두고 싶었어카야가 말한다.

 

#71

공부도 전혀 모티베이션 안 나오고 친구도 없었고. 하지만 졸업 안 하면 여러가지로 귀찮으니까, 적당히 다녔었고

그래도 이제와선, 섭섭해. 미오 쨩하고 못 만나는 걸

처음 알게 되었을 땐 잘도 수업 빼먹던 카야도 후반에 와선, 꽤나 출석했었다. 그런 건, 나도 마찬가지야, 라고 중얼거리며 카야의 등을 쿡 찌른다.

 

#72

영국, 멀어-“ 나직이 입에 담으니, 둘 간에 정적이 살짝 생겼다.

슬픈 밤 따위 생각나지 않도록 덮개로 덮자-가볍게 흥얼거리듯 노래 부르는 카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 날, CD숍 신보 코너에 늘어서 있던 그 곡.

 

#73

나도, 작게 흥얼거린다. 카야의 노랫소리가 점차 커져가면서 내 노랫소리도 커진다.

이 곡, 무도관에서 불러줬음 좋겠네

맞아! - 빨리 라이브로 듣고 싶어

벚꽃이 흩날리는 가로수길에, 우리들의 노래와 웃음소리가, 어디까지라도 울려퍼지고 있었다.

 

-


Posted by 신율
2018.11.08 23:09

벨제붑 아가씨의 뜻대로 나탈리 인터뷰

https://natalie.mu/music/pp/beelmama03




10월부터 ABC테레비 등에서 방송중인 테레비 애니메이션 "벨제붑 아가씨의 뜻대로"는 월간 '소년 강강'에서 연재중인 matoba에 의한 동명의 만화를 영상화한 작품. 마계를 총괄하는 대악마이자 가련한 용모를 가진 느긋한 소녀 벨제붑과, 그녀의 근사가 된 순정 소녀계 남자 뮤린의 서투른 사랑 이야기가 코미컬하게 그려져 있다.

음악 나탈리에서는 이 애니메이션의 음악을 담당한 와케시마 카논과 치바"naotyu"나오키, 그리고 오프닝 테마를 담당하는 삼월의 판타시아의 보컬 미아에 의한 좌담회를 실시. "벨제붑" 세계관을 채색하는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취재,글 / 스도 히카루




클래식 요소와 작품이 잘 들어맞으면


---와케시마 씨는 이번에, 처음으로 애니메이션 배경음악을 담당했다고 하는데요.


와케시마 카논 : 그렇네요. 전 보통은, 음악을 만들 때엔 편곡자 분과 상담하면서 작업을 진행하는 것도 있어서, 솔직히 저 혼자서 배경 음악을 제작하는 게 이루어질까 하는 걱정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엔 naotyu- 씨의 지원을 받으면서 도전해보았습니다.


치바"naotyu-"나오키 : 기본적으로 전 와케시마 씨가 만든 데모를 듣고, 곡 길이의 조정이나 어레인지적인 부분에서 서포트하는 입장이었는데요, 이 데모 자체가 상당히 제대로 되어있었어요. 그래서 되도록이면 이 분위기를 살리는 방향으로, 이상한 방향으로 변형되지 않도록 했습니다.


와케시마 : naotyu- 씨는 제가 그린 이미지를 소중히 해주시면서도, 악곡을 더 화려하게 해주셨어요.



---치바 씨는 전부터 와케시마 씨의 음악 어레인지를 해주셨어서, 서로 신뢰하는 사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와케시마 씨가 작사를 한 오프닝 테마 "핑크레모네이드"를 불러주신 미아 씨는, 와케시마 씨와 같이 작업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죠?


미아 : 네. 가사를 맞춰볼 때 처음으로 인사했어요. 그 때...... 저, 존경하는 선배인데 죄송하지만, 정말 귀여우신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와케시마 : 갑자기 무슨 얘기를 꺼내는거야?(웃음)


미아 : 그래서 괜시리 긴장해버려서, 아무것도 말하지 못했고....


와케시마 : 많이 얘기했잖아.


미아 : 제 이야기만 했어서, 가사 이야기는 거의 진행하지 못한채 끝나버렸거든요(웃음).




---그 "핑크레모네이트" 이야기는 잠시 뒤에 제대로 듣기로 하고, 먼저 배경음악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애초에 어떤 경위로 와케시마 씨에게 음악제작 오퍼가 오게 된 건가요?


와케시마 : 전에 "벨제붑" 프로듀서인 나카야마(노부히로) 씨와 같이 일하게 된 적이 있었는데요. 제 이름을 알고 있어서...가 아닐까요?


치바 : 그것뿐?(웃음)



---오늘은 나카야마 프로듀서도 계시니, 조금 얘기를 들어봐도 될련지요?


나카야마 노부히로 : 이름을 안 것만으론 오퍼하지 않죠(웃음). 전 주로 와케 씨(와케시마)가 가수로서 부른 자작곡을 들었는데, 그 연장에 있는게, 영상화한 "벨제붑"의 분위기와 맞다고 생각했어요.


와케시마 : 기뻐요. 전 작곡도 좋아하고, 3살부터 첼로를 배웠어서, 계속 클래식을 해왔어요. 그런 제 베이스인 클래식 요소와 작품이 잘 들어맞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지금까진 싱어송라이터 또는 보컬리스트로서 저를 인식해주신 여러분들께 "와케시마는 이런 일도 하는구나"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도 있어서, 이번에 하게 되었습니다.




느긋함을 꿰뚫어


---말씀하신대로, 전체적으로 보면 팬시한 실내음악의 소품집같이 우아해서, 배경음악 하나로도 듣는 맛이 충분합니다. 한마디로 "클래식"라 해도 여러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번엔 어떤 테마로 작곡하시게 되었나요?



와케시마 : 배경음악 첫 회의 때, 카즈토 미나토 감독으로부터 "느긋함"이란 키워드를 받았어요. 클래식은, 우아한 느낌이나 시리어스 분위기를 너무 내는 편이지만, 그렇게 되지 않게 "느긋함을 꿰뚫"는 느낌이었죠(웃음).


치바 : 그 회의 전에, 와케시마 씨와 전 원작 코믹스를 전부 읽고 "이런 분위기려나요?"인 데모를 2패턴 준비해뒀어요. 첫번째는 클래식에 가까운 우아한 곡이고, 두번째는 여유로우면서도 가벼운 느낌의 곡이었는데, 감독으로부턴 "어느 쪽이냐면 두번째인 이미지"라는 대답을 받았죠.


미아 : 애니메이션 1화 서두에서, 벨(벨제붑)이 솜사탕을 먹는 씬이 있었잖아요. 그 장면에서, 부드러우면서 두둥실거리는 음색이 기조인 곡이 흘러나오는 게 굉장히 멋지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 음악으로부터, 바로 "벨제붑"의 느긋한 세계에 몸을 맡기는 게 되었죠.


와케시마 : 목금을 사용한 곡이었나?


치바 : 상황에 맞춰서, 장난감 같은 음색을 의식적으로 사용했죠.


나카야마 : 배경음악을 발주하는 쪽에서 보자면, 목금이나 피아니카로 귀여운 느낌을 내려고 하면, 어린아이가 만드는 것처럼 들리기 쉬워요.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인상이 없었죠. 그건 클래식이 음악적인 기반이 되어, 와케 씨인만큼 된거라고 생각해요.


와케시마 : 저로서는, 꽤 자유롭게 만든 느낌이에요. 배경음악은 이게 처음이므로 비교대상이 없지만서도, 이렇게 제가 멋대로 정해도 되는건가요?


나카야마 : 음향감독에 의해선, 예로들면 악기나 음색까지 지정하는 분도 있어요. 하지만, 이번 "벨제붑" 음향감독을 해주시는 모토야마(사토시) 씨는, 심정이나 시츄에이션, 캐릭터에 각각 "이런 분위기의 음악을 (만들어주세요)"같은 요청을 내주신 정도셨죠.


와케시마 : 이번엔, 규칙 같은 게 거의 없어서 제겐 정말 좋았던 걸지도 모르겠어요.


치바 : 규칙이 없었던만큼, 제 안에서 "이 캐릭이면 이런 악기 이미지"를 만들었죠. 곡수가 50곡 이상있는 가운데, 비슷한 곡을 많이 만들어도 재밌지 않거든요.



---구체적으로, 예로들면 벨제붑이라면 어떤 악기를 고르시나요?


와케시마 : 쳄발로라던지, 아니면 하프를 넣었던가?


치바 : 아마 그랬을 걸. 그리고 아자젤 씨는 첼로나 바순 같은 저음악기, 곳찡(벨페골)이라면 통통튀는 고음이 나는 악기라던지. 물론 어디까지나 제안이라서, 절대 써야만하는 룰 같은 건 없지만요.



---벨제붑과 나란히 서는 캐릭인, 뮤린의 이름이 나오지 않습니다만....


치바 : 죄송합니다(웃음). 뮤린은 뭐였더라?


나카야마 : 뮤린은 스탠다드인 캐릭이기도 하며, 스토리텔러기도 해서, 실은 소리로 인상을 남기는 게 어려웠지요.


치바 : 그렇네요. 역시 주인공격인 뮤린과 벨제붑에 대해선, 악기로 묶이는 게 어려운 부분이 조금은 있었죠.


미아 : 그래도, 이 캐릭터를 이미지하는 음색을 사용하는 이야기를 들어서, 이제부턴 그런 시점에서 애니메이션을 보는 즐거움이 생겼어요.


치바 : 전 선행상영회에서 2화까지 봤는데요, 2화에서는 이거야말로 아자젤 씨와 곳찡의 씬에서 방금 얘기한 것과 같이 음악을 사용했어서, 정말 즐거웠어요(취재는 10월 상순 실시).


와케시마 : 저도 1화와 2화를 봐서, 감격했죠. 보통은 그렇게까지 BGM을 의식하지 않았는데, 귀를 기울이는 거예요. "아아, 아는 곡이 나오네"라고요(웃음).


나카야마 : 배경음악은 하기 시작하면 재밌어요.



점으로 떠오른 이미지를, 선으로 이어주셨어요


---이어서 오프닝 테마인 "핑크레모네이드"에 대해 질문드릴게요. 받은 자료에 의하면, 와케시마 씨는 "미아 쨩으로부터 받은 이미지나 키워드를 골조로 프레이즈를 쌓아 가사로 했어요"라고 하셨는데, 어떤 왕래가 있었나요?


미아 : 방금 말한 것과 같이, 가사 회의에선 작품 이야기를 거의 하지 못했는데, 카논 씨는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요"라고 연락처를 알려주셨어요. 그 날 바로 연락해서, 거기서 작품이야기나 키워드를 얘기했죠. "카논 씨의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참고해주세요"라고요.


와케시마 : 방해는 아니야(웃음).


미아 : 그럼 다행이지만요(웃음). 전 "벨제붑" 원작을 읽고, 이건 정말 귀여운 러브송이 될지도 모른다고 느끼지만, 그것만이 아니라, 사랑이 이루어지는 바로 앞인 감정이 노래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우선 "무언가가 시작하는 예감이 들 때의 두근거림이라던지 가슴의 고동을 부르고 싶어요"라고 카논 씨에게 전해서, '시작' '마법' '힐' '발돋움' '만화경' '과자' 같은 키워드를 드렸더니, 그게 전부 가사에 쓰였죠.


와케시마 : 전부는 아냐(웃음).


미아 : 아뇨, 전부에요. 저, 확인했는걸요.


일동 : 하하하(웃음).


미아 : 그렇게 되어서, 제 안에선 점으로서 떠오른 이미지를, 카논 씨가 선으로 이어주셨어요. 그래서 가사를 받았을 때 감동해서, 바로 "감사합니다!" 연락을 드렸어요.


와케시마 : 저로서는, 너무 달콤하지 않으려고 조심했죠. 삼월의 판타시아의 캐릭터나 세계관은 정말 스토익하게 정의된 인상이 있어서, 미아 쨩이 이 곡으로 부르고 싶은 이미지도 확실했죠.


미아 : 회의 때도 카논 씨는 절 살피셨다고 할까, "삼월의 판타시아의 미아가 부르기에 앞서 어떤 가사가 제일 맞을까?" 같은 걸 잘 들어주셨죠. 그런 자세를 존경하면서, 멋지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그 후에도 친절한 언니처럼 신경써주셨죠.


와케시마 : 또 무슨 얘기를 꺼내는거야?(웃음)


미아 : 식사도 초대해주셨는데, 거기선 회의 때와 다르게, 부드러운 챠밍포인트 같은 면도 보았죠. 만나면 항상 두근거려요(웃음).


와케시마 : 고마워(웃음).



---참고로 "핑크레모네이드"라는 단어는 어디서 나온건가요?


와케시마 : 저려나요. 벨제붑 이미지 컬러라고나 할지, 그녀가 금발이자 핑크색 양복을 입고 있는 거에서 연상했어요. 그 후엔, 연애의 달콤쌉싸름과, 작품의 색과, 서정적인 심정이 겹쳐지지 않을까 해서 붙인 타이틀이에요.



---실제로, 사용하기 힘든 키워드는 있었나요?


와케시마 : 아뇨, 그렇지는... 그래도, '과자'는 안 들어가있는걸?


미아 : '과자'는 '핑크레모네이드'에 집약되어있다고 멋대로 생각했어요(웃음).


와케시마 : 과연(웃음). 그리고 개인적으론, D멜로디에 삼파시 느낌을 내려고 생각해서, 거기까지의 가사와 떼어냈다고 해야할까, 그 블록만 밤 이미지가 되었죠. 조금 정서적인 분위기를 내고있죠.


미아 : D멜로디에 '만화경'이란 키워드가 나오는데요, 전 만화경 같은 세계의 색이 매일 변해 보여서 반짝이는 이미지인 단어를 건네드렸어요. 그걸 이런 식으로 가사 스토리에 넣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스트레이트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의 노래



---"핑크레모네이드"는 상당히 산뜻한 노래입니다만, 흔히 말하는 팝이 아닌, 피아노를 특색으로한 기타록이지요.


미아 : 어레인지를 담당해준 호리에 쇼타(PENGUIN RESEARCH) 씨 덕택에 록 느낌이 더 세져서, 놀랐습니다. 이 곡이 이제부터 "벨제붑" 세계관과 어떻게 맞아들어갈지, 정말 기대되요.


치바 : 전 오프닝 제작에는 관여하지 않았지만, 작품 인상에서, 좀 더 부드러운 분위기인 곡을 예상했었어요. 그래서 "핑크레모네이드"를 처음 들었을 때 "오오, 그렇게 되었나!"해서 의외였죠. 만약 부드러운 곡이 오프닝이었다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편안한 작품이 되었다고 생각되어서, 거기에 팟하고 자극을 준 좋은 곡이라고 생각해요.


와케시마 : 어레인지가 끝났을 무렵, 그 쿨하고 멋진 곡에, 제 가사가 제대로 들어갈 수 있을지 불안했는데, 미아 쨩의 목소리가 노래와 가사를 잘 이어주었죠.



---미아 씨는, 좋아하는 카논 언니가 써준 가사를 어떤 마음으로 부르셨나요?


미아 : 전 레코딩 때엔 감정을 제일 중요하게 여겨요. 예로들어 가사 안에서 그려진 시작의 예감이라던지, 아직 좋아하는 건지 알 수 없지만, 내일 그 사람과 만난다고 생각하면 두근두근거려서 "이런 식으로 말하면 되려나"라던지 혼자서 망상하곤 해서 들뜬다던지. 반대로 "오늘은 제대로 말 못했네"라던지 "어째서 이 사람 앞에 서면 긴장하는 걸까?" 같은 답답한 느낌이나 애타는 느낌도 제 안에 만들어서, 그 기분을 들어주시는 여러분들에게 그 대로 전해졌으면 하고 불렀어요.



---그 기분에 자신을 제대로 가지고 갔나요?


미아 : 애초에 텐션을 튜닝할 때, 절실함이나 괴로움 같은 마이너스 감정을 더 잘하거든요. 그래서, 두근거림이나 행복한 감정에 자신을 가지고 가는게 조금 시간이 걸리지만, "아, 여기야!"라는 걸 제 자신이 알기에 팟!하고 불렀습니다.


와케시마 : 미아 쨩하고 식사하러 갔을 때, 표정을 거의 변하지 않고 차분한 목소리로 "지금 정말 즐거워요"라고 말해요. 그거 정말이려나, 실은 지겨운게 아닐까하고 생각되어서 "지금의 즐거운 상태를 10단계로 표현하자면 어느 정도야?"라고 물었더니 "10이요"라고(웃음).


일동 : 하하하(웃음).


와케시마 : "그렇게 즐거운거야?!"라며 놀랐죠.


미아 : 즐겁다고 생각하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어려운 건 ,제 자신이 어렴풋이 알아채고 있어요(웃음). 그건 아마 노래도 마찬가지라, 그래서 튜닝이 조금 어렵다고 생각하는 걸거예요.


와케시마 : 그래도, "핑크레모네이드"는 감정을 100% 겉에 내는 타입인 애를 노래엔 표현하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말하고자 하는 걸 제대로 말하지 못해, 자기 기분을 스트레이트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의 노래를 이미지해서, 미아 쨩의 표현이 정말 들어맞아요. 노래도 깨끗하고 귀여워서, 감독이 지켜주고 싶은 느긋한 느낌과 조화가 맞아서, 정말이지 멋진 오프닝으로 해주었다고 생각해요.



걸즈 토크 분위기를 노래로


---그리고, 엔딩 테마인 "언제까지나 상사병"은 작사 작곡이 와케시마 씨고, 편곡이 치바 씨네요.


와케시마,치바  : 네.



---"악마라도 상사병"의 "어디까지나"는, "벨제붑"이 악마들의 이야기라는 것에서, "악마라도"라고 쓸 수 있는거겠지요?

(*어디까지나 상사병의 원제는 あくまでも恋煩い아쿠마데모 코이와즈라이. 일본어의 중의적으로 악마라도 상사병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와케시마 : 그렇죠. 이 타이틀로 정말 하고 싶어서, 실은 후렴구 가사를 고쳤어요. 처음엔 조금 더 절실한 느낌을 가사에 내고 싶었는데, "느긋함을 지켜낼 수 없어"라는 이야기가 되었죠(웃음). 그래서. 감독이 3명의 악마 여자애가 다과회를 하는 걸로, 각자 짝사랑 상대를 얘기해서 "그럼 고백해?" "하지만, 어쩌지?" 같은, 걸즈 토크 분위기를 곡으로 하고 싶다고 얘기가 나와서, 좀 더 해피하고 귀여운 방향으로 수정하게 되었습니다.



---가사 테마로선, "어디까지나 상사병"은 연심을 품은 여자애의, 한 걸음 더 내딛지 못하는 감정을 그린 점으로서 "핑크레모네이드"와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어떻게 차별화하였나요?


와케시마 : 엔딩은, 각 캐릭터를 연기해주시는 성우분들이 불러주시는 걸 사전에 들었어요.



---벨제붑 역 오오니시 사오리 씨, 벨페골 역 쿠노 미사키 씨, 사르가타나스 역 카쿠마 아이 씨이지요.


와케시마 : 네. 그래서, 캐릭터 이미지를 이대로 밀어붙이자고 생각해서, 캐릭터 송 이미지로 썼어요. "그녀들에게 이런 대사를 들어주었으면"하는 제 고집을 여러분들이 들어주셨어요. 저라면 절대 부르지 않지만, "벨제붑" 캐릭터라면 성립하고, 이 세계관에 맞기도 하고, 엔딩으로서 귀엽게 보이니까요. 그리고, 성우분들의 파트도 전부 지정했죠. 이게 사랑인지 모르지만 조금 답답한 아이,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있으면 부끄러워서 얘기하지 못하는 아이, 솔직해지지 못하는 아이, 각자 특징이 있죠.


나카야마 : 데모에선, 와케 씨가 직접 파트를 나눠 불렀어요. 그걸 성우분들이 듣고선, "이대로 와케시마 씨가 부르는 편이 좋은데요"라고 했죠(웃음).


치바 : 와케시마 씨의 파트 분담, 정말 잘했거든요.


와케시마 : 아뇨, 정말 힘들었어요. "어디까지나 상사병"은 엔딩이지만, 곡조로선 엔딩다운 엔딩이라기 보단, 조금 더 템포가 빠르며, 신나게 하고 싶었어요. 성우분들이 의외로 대담하게 불러주셔서, 튀지 않고, 산뜻한 느낌을 가진 노래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예상이상으로 산뜻하게 되었네요"



---"어디까지나 상사병"은 치바 씨의 어레인지도 귀엽죠.


치바 : 감사합니다. 엔딩은 배경음악 제작 중반부터 만들기 시작했는데요, 그 때즘엔 애니메이션 본편에 사용되는 음악을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어서, 와케시마 씨도 말씀하신 대로 다소 힘차며 밝은 방향으로, 드럼이나 일렉 기타도 들어갔어요. 애니메이션은 틀림없이 매주 즐겁게 끝나겠지 하고 생각해요.



---그건 엔딩테마의 역할 중 하나네요.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에게 어떤 감정을 가져줬으면 하나요.


치바 : 작품에 따라선 "다음화는 어떻게 되려나?" 같은 불안을 키운다던지, 슬프게 끝내는 패턴도 당연히 있지만서도, "벨제붑"에 관해선, 해피하게 끝내는 게 정답일 거예요.


미아 : "어디까지나 상사병"은 정말 귀여운 소리가 많이 담겨있어서, 그 콜라쥬 같은 느낌을 들으면 정말 기분 좋아져요. 본편의 산뜻한 분위기와 어울려서 "아아, 좋아. 행복해"라는 기분이 되죠. 엔딩이 끝난 후에도 잠시동안 그 여흥이 남는, 멋진 엔딩테마라고 생각해요.


치바 : 실은 간주 파트에, 배경음악 메인테마를 몰래 넣었어요. 배경음악 맨처음 회의 때 제출한 데모곡 중 1개라, 그게 제 안에서 "좋은 테마지"가 머리 안에 남아있어요. 별로 그걸 적극적으로 써나가봐요 같은 이야기는 한번도 다른 사람에게 하진 않았지만, 틈을 봐서 그 멜로디를 배경음악의 다른 곡에 섞는다던지, 코드만 달리해서 넣는다던지, 산재해뒀죠. 엔딩에 넣어둔 것도 깊은 의미는 없고, 단순한 재미지만요.



---엔딩과 본편을 접속하는 듯한.


치바 : 그렇죠. 모처럼 같은 멤버가 음악을 만들었으니, 재밌지 않을까 싶어 넣었습니다.


나카야마 : 오프닝 가사를 와케 씨가, 배경음악과 엔딩을 와케씨와 naotyu-씨 두 분이 해주신 걸로, 작품의 세계관을 통일한 게 이번에 대성공이었죠.


와케시마 : 기쁘네요.


나카야마 : "좋아, 이 수는 쓸 수 있겠어"라고 생각했죠(웃음). 배경음악과 주제가는 따로 성립하는 케이스가 많지만, 이번엔 와케 씨를 축으로 이렇게나 힘주어 "벨제붑" 세계를 정립해주셨죠. 감독도 이러한 곡을 듣곤 "예상이상으로 산뜻하게 되었네요"라고 말했어요.


와케시마 : 감독이 처음에 말해주셨는데(웃음).


나카야마 : 주위 스탭들도 같은 태클을 걸어주셨죠(웃음). 와케 씨와 naotyu- 씨에겐 정말 도움을 받았고, 덕분에 산뜻함을 꿰뚫을 수 있었네요.



---그럼 마지막으로, 와케시마 씨에게 있어 이번 배경음악 작업엔 무슨 의미가 있었나요?


와케시마 : 역시 제 베이스로서 클래식이 있고, 작곡도 하고 싶어서 싱어송라이터가 된 경위가 있어, 이야기를 만드는 행위가 제 안에서 엄청 중요해요. 이번 노래와는 또다른 각도로 음악이란 걸 표현할 수 있었고, 심지어 작품을 위해 아이디어를 모집해 이미지를 소리로 만든다는 작업을 처음으로 경험해서, 음악을 만드는 방향에 대한 견해가 바뀌었어요.


치바 : 조금 더 부감적으로 보게 되었죠.


와케시마 : 네. 예로, 지금까진 싱어송라이터로서 작곡한 곡은 멜로디 중시라, 제가 부른 걸 이미지하면서 만들었어요. 하지만 배경음악의 경운 작품전체의 분위기나, 아니면 특정 씬을 배경으로 표현하거나, 혹은 효과음적인 요소도 필요하거나 하죠. 그렇게 해서 멜로디보다도 인상같은 걸 우선한 악곡을 제작하는 걸로, 표현의 어프로치의 범위가 넓어진 기분이 듭니다.



Posted by 신율
2018.09.11 00:02


출처 : https://twitter.com/i/moments/1036432969202688000


삼월의 판타시아 신기획 '걸즈 블루' 소설 모음


#1

"우와아......"

내 이런 탄성에 잠에서 깼다. 시선을 시계 쪽으로 향했더니 딱 오전 5시.

알람 소리가 나기 한시간 전에 일어난 게 된다.

동굴처럼 엷은 어둠 속에서, 저편에서 보이는 빛을 향해 걷고 있자니

갑자기 셔터 같은 게 내려와 빛이 닫혀버린... 그런 꿈이었다.


#2

어르슴한 어둠 속, 때때로 귀에 거슬리는 소음이 들리는 그 공간에 있던 게

꿈이었던 거에 안심한 나는 후우 하고 깊은 한숨을 내뱉고, 살에 끈적이며 엉겨붙은

기분 나쁜 땀을 닦으면서 문득 웃고 말았다. 내 마음에 자리잡은 불안은 어느샌가 이렇게나 쑥쑥 자랐단 말인가.

오늘부터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3

작년 여름에는 필사적이었다. 여름 콩쿨에 맞춰, 취주악부의 여름방학은 강화연습기간이 된다.

입학식 때의 연주에 매료되어 이끌리듯 친구와 같이 입부하여, 초심자인 우리들은 조금이라도

나은 음색을 낼 수 있도록 악착스럽게 연습했다. 녹초가 되면서도 계속 불 수 있는 것이 정말 즐거웠다.


#4

플루트를 계속 불었었다. 하지만 지금, 그 플루트를 불 수 없게 되어버린 상태다. 지난 달 연주회 무대에 선 순간, 

어렴풋 손발이 떨리고 있었다. 몸에서 차츰차츰 힘이 들어가지 않게 되고, 머리는 앱이 버그를 일으켰을 때처럼

전혀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5

그렇게나 큰 회장에서 연주한 건 처음이었다. 호흡은 계속 떨리고 있었다. 

외웠을 터인 악보도 머릿 속에서 백지처럼 사라져,

지금 내가 어느 부분을 불고 있는가조차 알 수 없게 되어 점차 패닉에 빠져 손을 멈춘 순간도 있었다. 형편없었다.

그 이후, 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다.


#6

잘 해야지, 좀 더 연습해야... 하지만 어떻게 불어도 음은 뻣뻣하고 울려퍼지지 않는다. 그걸 고려하고 불면 불수록

음정도 불안정해져버린다. 이전처럼 자유롭게 불 수 없다. 그저 연주에 몰두하여 불던 그 땐, 어떻게 불었던 걸까.

연습 준비를 하는 내 마음을, 불안이 점차 침식해온다.


#7

"여름연습, 힘-내자!" 음악실에 도착하자마자, 친구가 내 앞으로 슬쩍 얼굴을 내민다. 응. 올해는 콩쿨 나가고 싶어!

뒷말은 입에 내지 못하고, 응, 하고 작게 웃는다. 여름방학이 끝날 즘엔 콩쿨멤버를 결정하는 부내 오디션이 치뤄진다.

작년엔 조잡한 실력이라,


#8

듣는 쪽이 조마조마한 연주였었는데, 오디션에 합격하게 해주었다. 결과는 둘 다 낙선이었지만, 그 이후로 좀 더 둘이서

연습에 빠져들게 되었다. 익살스럽게 파이팅 자세를 취한 친구의, 나를 향한 강한 빛이 번진 그 웃음에 지금은,

제대로 마주할 수 없다.


#9

안녕~,하며 변함없이 태평한 소리를 내며 선생님이 들어온다. 그 뒤로 계속해서 입실하는 모르는 면면.

"나 혼자선 어려울 거 같아서, 여름방학 기간에 매일같이는 아니어도 대학생 OB에게 지도해달라고 부탁했어"

이전보다, 꽤나 커진 배에 손을 올린 선생님이 말했다.


#10

뭘 생각하는지 알 수 없는 남자. 그게 플루트 담당 선배의 첫 인상이었다. 자기소개 때 변화없는 표정이며, 목소리 톤.

말수 적음. 그런 선배 따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연습은 진행된다. 전반 메뉴가 끝나고, 여기서부터다. 한층 더 땀 밴 손으로

플루트를 쥔다.


#11

파트 연습이 시작된다. 플루트 윗관만을 사용한 소리내기까지는 할 수 있는데, 정작 플루트를 손에 쥐면 

몸이 제멋대로 긴장하는 걸 느낀다. 역시 음이 뻣뻣하다. 힘을 빼면 어찌해도 맥아리 없는 소리가 되어버린다.

웜업도 충분히 했다. 집에서 몇번이건 연습했다. 어째서, 어떻게 해야...


#12

"깊게 생각하고 있어"

등 뒤에 선배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꽂힌다.

"알고 있어요... 그치만, 생각하지 않으려고 의식하면 결국은 "생각하지 않는 걸" 생각해버려서, 

뭐랄까, 어떻게 불어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려요..."하고 호소한 말은 소리가 되지 못하고, 네, 하며 힘없이 끄덕였다.


#13

마지막 합주에서도, 오늘도 홀로 어색한 소리가 났다. 귀갓길, 선배의 그 한마디가 머릿속을 맴돈다. 

난 어째서 잘하지 못하는 걸까.어째서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걸까. 묵혀둔 감정이 안에서부터 점차 흘러나온다.

마을 풍경이 흐렷해져서 빰을 싸늘하게 적셨다. 난 그 눈물을 쓰윽 닦았다.


#14

여름연습은 매일 계속된다. 어느 날 밤. "숨이 얕아. 런닝 같은 거 안하면 따라잡을 수 없을 걸"라고 말한 선배의 말을 떠올렸다.

참지 못하고 차갑게 날아든 말투에 더욱 우울해져, 나, 역시 안 맞는 걸까,하며 침대에 누워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다.


#15

영원 같이 길게 느껴졌던 연습. 이제, 그만둘까하고 생각할 때, 문득 기억 속에서 선명하게 풍경이 재생되었다.

다같이 연주해서 빛에 감싸인 그 세계. 그 소리. 그 두근거리던 가슴. 분해. 바꾸고 싶어. 바꿔야지. 

이 닫힌 세계로부터 뛰쳐나갈 곧은 힘이 필요해.


#16

다음날 아침. 천천히 달리기 시작한다. 여름 아침의 시원한 바람이 기분 좋았던 건 처음 뿐. 원래 체력이 있던 편이 아니니

숨차는 게 빠르다. 힘들어. 걸음을 내딛는게 힘들어. 하지만, 마지막까지 달리면 약한 자신이라도 변할 수 있을 거 같아서,

페이스를 떨어뜨리면서도 어떻게든 마지막까지 달렸다.


#17

달리기 시작한지 7일째.

이 날은 여태껏했던 연습과는 달랐다. 제대로 힘을 뺀 것인지, 매끄럽게 좋은 음을 내는 순간이 몇 번인가 있었다.

아직 불안정하거나 갈팡지팡하는 건 있었지만, 예전의 그 감각이 잡힌 그런 순간이 있었다. 

그건, 내 마음을 뒤덮는 불안의 그림자를 베는 한 줄기 빛이 내린 것 같았다.


#18

매일매일, 달렸다. 여전히 고통스럽다. 하지만 꾸준히 필사적으로 달리는 거에 개운해짐을 느끼게 되었다.

달리고 있을 땐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또, 플루트를 부는 상태도 조금씩 나아졌다.

최근엔 연습이 즐거웠다. 내 마음을 지배하던 불안이 조금씩 기색을 감추기 시작했다.


#19

언제나처럼 달리기를 끝내고, 쿨다운하려고 걷고 있는데, 바로앞 편의점에서 선배같은 사람이 나왔다.

시선이 마주친다. 아직 거친 호흡을 쉬는 나에게, 그 무표정으로 다가온다. 반사적으로 긴장감이 맴돈다.

"앗, 안, 안녕하세요"

조심스럽게 인사하는 나에게, 되돌아 온 건,


#20

차가운 포카리였다.

"엇"

"소리, 잘 내게 됐어"

그렇게 말하곤, 선배는 가버렸다. 처음으로 선배의 웃는 얼굴을 봤다. 올라간 심박수가 더욱 상승한다.

주위 소리가 전부 사라져선 빨라지는 고동소리만이 들린다. 몸이 뜨거운 건 여름 태양이기 때문인가.

가슴이, 아프다.


#21

높아져가는 고동소리를 침착시키며 연습하러. 여어, 하고 팟하고 등장하는 친구. 무언가가 내 등 뒤를 눌렀다.

"역 앞에 아이스 가게, 오늘, 가고 싶은데..." 그렇게 말했던 건 나다. 전에 그녀가 같이 가자고 했지만, 

침울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단 이유로 거절했던 것도 나다. 그 이후로 어딘가 좀 어색했다.


#22

갈래-----! 친구는 웃으며 내 앞에서 방방 뛰어들었다. 정말 많이 걱정시켰다. 미안해. 하지만 이런 내 옆에 항장 있어주었다.

고마워, 그녀의 귀에 조그맣게 속삭인다. 서로 부끄러워해 이상한 분위기가 되었지만, 그것조차도 귀여워 우리들은

바보같이 웃었다.


#23

파트 연습이 시작하기 전에 선배 곁으로. "오늘 아침엔 감사해'씁'니다" 조금 깨물고 말았다.... 창피해, 눈을 마주칠 수 없다.

응, 선배의 목소리를 들으며 재빠르게 그 자리를 떴다.

플루트를 손에 쥔다. 선배가 시야에 들어온다. 언제나와 다른 긴장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24

또 힘을 줘서 소리가 엇나간 그 때,

"괜찮아"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스윽, 어깨에 들어간 힘이 빠져나가 몸이 가볍게 된 기분이 들었다.

심장은 여전히 시끄럽지만, 머리와 몸은 진정되어, 모든 손끝마다 신경을 쓸 수 있었다. 자세를 바로 잡았다. 후, 집중한다.


#25

아, 이 감각이야.


거기서부터는 자유로웠다.


#26

내 이미지가 소리가 되어 세계를 만든다. 합주에서 소리와 소리가 겹쳐져 색채를 짙게하고, 반짝임이 이어지는 걸 피부로 느낀다.

그래, 여태까진 내 소리만을 좇는데 필사적이라, 주위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분명 혼자서 연주한 거다.

오늘은, 모든 소리를 마음이 집중하고 있다.


#27

리듬을 타고 손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감각을 알게 되었다. 주위의 호흡조차도 들리는 듯하다. 오랜만에, 선명한 세계를

연주하는 이 풍경 안에 있는 자신에게 가슴이 뛴다. 즐거워, 재밌어. 연주가 끝나고 생각치 못하게 팟하고 선배 쪽을 보니

작게 끄덕여주었다. 또 마음 한 켠이 죄여온다.


#28

"커플 많네~" 주위를 둘러보며 친구가 말했다. 여기 아이스크림 가게는 최근 개점해서 그런지, 연인들이 많다.

문득 떠오른 얼굴에 살짝 체온이 상승해서, 서둘러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는다. 입 안에 딸기 과육을 느끼고 있으니

흥분을 가라앉힌 기분이 들었다.


#29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다음주 불꽃놀이 대회에 같이 갈 약속을 했다. 벌써 그런 시긴가. 처음엔 그렇게나 끝없이 기네하고 느꼈는데,

벌써 여름방학도 남은 2주정도 남았다. 선배와는, 앞으로 몇 번 만날 수 있을까. 가슴이 송곳을 찌른듯 아프다.

여름이 끝나면, 선배는 도쿄에 돌아가고 만다.


#30

매년 여름휴가 땐, 고향에 돌아가서 할아버지 가게에서 알바하며 도와준다는 것. 고향에 있는 동기들과 고문(顧問)을 만났을 때,

지도를 부탁받은 것. 둘 다 할 수 있을 거 같아 수락한 것. 다른 애와 얘기하는 선배를 옆에서 무의식적으로 쫓고만다.

선배와 눈이 마주칠 거같아 휙하고 악보에 눈을 돌린다.


#31

어떤 음악을 들으세요? 플루트는 언제부터 시작한 거예요? 알바는 어떤 거 하나요? 어떤 과목을 잘했어요? 도쿄는 어떤 곳인가요?

쉬는 날엔 뭐하세요? 아이스크림은 좋아하세요? 불꽃놀이 대회엔 가세요?


여자친구는 있으세요?


#32

묻고 싶은 건 산더미처럼 있지만 하나도 묻지않는다. 대화를 이어나가지 못하면 어쩌지. 이상한 애라고 생각하게 되면 어쩌지.

겁쟁이인 자신에 움츠러든다. 아아, 또 안타까운 감정을 키우고 말았다. 이녀석은 플루트에 방해는 되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절실히 가슴을 아프게 한다.


#33

상점가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옛날 음악을 들으면, 몇 살이 되도 어릴 때처럼 두근두근거리게 된다.

유타카 차림으로 빙수를 먹는 여자애들, 가면을 쓰고 떠드는 아이들과 손을 잡고 걷는 가족. 올해도 붐비고 있다.

혼잡한 거리는 좋아하진 않지만, 지방에서 하는 축제 분위기는 예전부터 좋아한다.


#34

상점가를 빠져나와 조금 걸으면 큰 공원이 있고, 거기가 축제 회장이다. 二尺玉(불꽃놀이에서 쏘아올린 불꽃의 크기)인 

큰 불꽃이 3발 올라가는 이 주위에선 유명한 축제라, 현외에서 오는 손님들도 많다. 

더워-! 하며 부채질을 하는 친구의 유카타차림이 흐트러져서 걱정이다. 꽤 오랜만에 입는 유카타에 기분도 늠름해진다.


#35

오는 와중 산 아이스캔디를 한 손에 들고, 여름 공기에 땀을 흘리면서도 초롱불을 따라 공원까지 걷는다.

공원에 다다르니, 늘어선 포장마차에 그리운 향이나 잡다함에 더욱이 가슴이 뛴다. 

오른쪽 귀 위에 작게 엷게 핀 꽃장식을 정돈하는 척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사람, 많네.


#36

팡, 하고 멀리서 소리가 난다.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포장마차를 주위를 돌아다니던 사람들의 발이 멈추어간다.

우리들도 멈추어 서서, 빨강, 녹색, 오렌지, 파랑, 핑크, 컬러풀하게 빛나며 펴서는 사라지는 그 찰나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

사진을 찍거나 환호성을 지르거나하면서 잠시동안 바라보던 그 때,


#37

"앗- 선배분들이네! 가자"며 친구가 내 손을 잡고 그 쪽으로 달려간다. 기대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허를 찔리면 심장에 좋지 않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한다. 여선배가 유카타를 칭찬해줘서 기쁘다. 음악실 밖에서 보는 선배들은 엄청 어른처럼 보여서,

어쩐지 조금 덧없었다.


#38

다같이 불꽃놀이를 올려다본다. 2, 3, 2. 가장 뒤의 2가 나와, 선배다. 친구가 방금 낚은 금붕어 이야기를 다른 선배들에게 열변하는 게 들린다.

나도 뭔가 말하지 않으면...

"최근에, 즐겁게 연주하고 있어" 조심히 말을 고르는 나에게 언제나처럼 조용한 톤으로 선배가 말을 걸어주었다.


#39

네, 하고 답한 뒤에, 몸이 멋대로 한 걸음, 선배 쪽으로 가까워지는 걸 느낀다. 불꽃놀이 소리에 조금 듣기 어려워지는 거였겠지.

단 그 한 보폭 거리인데, 지금이라도 바로 닿을거 같은 이 거리에 심장이 부서져 멈추어버릴 거 같이 격렬하게 맥을 뛰었다.


#40

런닝해? 선배의 말을 계기로, 거기서부터 시작하듯 말이 넘쳐났다. 맨 처음 선배가 무서웠던 거, 그런 말을 들어서 분했던 거,

하지만 선배 덕택에 잘 연주할 수 있게 된 거. 정말 감사하고 있다는 거. "지기 싫어하는 성격인 거 같아서. 쉬는 중에도 계속 불었었고"


#41

"그런 식으로 말하면 더 해보지 않았을까 싶었어" 심장 소리가 시끄럽다. 선배의 말에 집중한다.

"나도 예전에, 흔히 말하는 슬럼프를 경험했어. 아무리 생각해도 잘 되지 않고, 분함을 떨쳐내고 싶어서 매일매일 달렸어.

그랬더니 어느샌가 개운해져서 잘 불게 되었어"


#42

심한 말을 해서 미안, 불꽃을 올려다보며 말하는 선배의 옆얼굴은 어딘가 부끄러워하는 듯이 보였다. 무관심하며 차가워서 그랬던 건 아니었다.

선배는 봐주었던 거였다. 그 말은 틀림없이 나를 위한 말이었던 거다. 참을 수 없이 기뻐서 눈 앞의 색채가 전부 빛나보였다. 하지만,


#43

하지만, 선배. 평범하게 말해주었으면 좋았잖아요. 평범하게 어드바이스 해줬어도 전 분명 달렸어요. 그런, 선배의 올곧지 않은 부분이

어쩐지 귀엽다고 느껴 웃고 만다.

선배. 선배. 저기 말이죠, 선배. 좋아해요.

불꽃놀이 빛에 비춘 선배의 옆얼굴을 올려다보았다.


#44

펑, 한층 더 큰 소리가 울린다. 이 축제에서 가장 큰 불꽃이 올라간다. 밤하늘에 크게 펴서는, 빛방울이 흘러넘쳐선 반짝반짝 아쉬운 듯 사라진다.

멋지네-,하며 중얼거린 선배의 옆얼굴을 다시 한 번 본다. 이 쪽을 봐주시지 않을래요? 불꽃이 아니라.

"선배"

시선을 맞춘다.


#45

"저기..."

기세 넘치게 말해보았지만, 그 다음말이 나오지 않는다. 전하고 싶은 건, 단 한마디 뿐인데. 왜? 작게 더듬거린 내 말을 들으려고하는

선배와 정말 조금 가까워진다. 바로 옆에 있는 오른손은 조금만 하면 닿을 거 같다. 닿고파. 닿고 싶어. 마음만이 가속한다.


#46

"안녕하세요-!"며 인사하는 그 목소리는, 다른 취주악부 부원들이다. 난 반사적으로 팟하고 선배에서 떨어지자마자, 그 순간 모든 게 부끄러워져서

"저,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서" 그렇게 웃으며, 그 자리를 떴다. 유카타 옷깃을 꽉잡는다.


멀리서 펑,하고 불꽃이 터졌다.


#47

"선배를 좋아하는 거, 같아"

축제에서 돌아오는 길에, 처음으로 친구에게 말했다. 알고 있었어, 큭하고 웃으며 대답하는 친구. 

"들켰었어?! 같은 얼굴 하고 있는데, 얼굴에 다 나타나는 걸~. 오늘도 계속 쭈뼛쭈뼛하니까 나도 필사적으로 찾았는 걸!!" 하고 아하하 웃는 친구.

역시나 그녀다웠다.


#48

두근두근거리고, 더욱 알고 싶다던지, 하지만 그걸 아는 게 무섭다던가, 닿고 싶다던가, 느끼고 싶다던가, 이렇게나 누군가 때문에 심장이 아파오는 건 처음이라,

게다가 엄청 선배이기도 하고,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어. 날 지켜주는 얇은 투명막이 있어서, 이걸 깨부수는 게 엄청나게 무서워.


#49

지금까지 마음 속에서 응어리진 감정이 말이 되어 조금씩 입에서 흘러넘친다. 친구가 말없이 들어준다. 단 하나, 그 사람에게 말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치만, 조금 있음 여름방학도 끝나" 그렇게 말한 친구의 얼굴은 진지했다.

내일부터 다시 연습 힘내자. 그렇게 말하며 우리들은 헤어졌다.


#50

다음날 아침. 어제는 제대로 잘 수 없어 조금 몸이 무겁다. 천천히 달리는 중에 머리가 깨끗해져간다. 도중에, 멀리서 기억에 있는 그 사람을 발견한다.

짐이 많다. 내 발걸음은 이미 그 사람 곁으로 가고 있었다. "어디 가는 중이세요?" 거친 호흡을 내쉬며 선배에게 묻는다.

기분 나쁜 긴장감이 떠돈다.


#51

실은, 하며 선배가 이야기한다. 오늘 아침에, 도쿄 쪽에 소속한 작은 음악 서클 멤버가 연락을 줬다는 거. 

그 서클에 자매가 있고, 그 자매의 아버지가 어제 자택에서쓰러져서 입원했다는 거, 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

자매를 고향에 보냈다는 것. 그 둘은 플루트 연주자라는 것.


#52

"다른 녀석들에게도 말 걸어봤는데 좀처럼 잡히지 않아서 말야"

"연주회, 내일이래"

그리고, 방금전 고문한테서 그 이유를 말하고 지금부터 도쿄로 돌아간다는 걸 들었다.


심장이 부서질 거 같다. 괴로워서 말도 나오지 않는다.


울지마, 울지마.


#53

우리 집, 여기 근처라 말야. 선배가 계속 말한다. "그래서, 매일 아침 방에서 봤었어. 맨처음엔 죽을 거 같은 얼굴 했었지.

금방 그만두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아침마다 계속 제대로 하더라"

"이제 괜찮을 거야. 힘내"


마음이 녹을 거 같이 뜨거운 감정으로 채워짐과 동시에 괴로움도 부각된다.


가지 말아요.


#54

자기소개 때 나긋해 보이던 선배. 깊고 투명한 음을 내던 선배. 무서웠던 선배. 짓궂게 보였던 선배. 포카리를 건네줬을 때 웃어줬던 선배.

불꽃놀이 때의 선배. 선배의 옆얼굴. 목소리. 몸짓. 기억 안에 있는 선배가 뇌리에 차례차례 나온다. 다음 순간, 바로 말이 튀어나왔다.


#55

"저도... 도쿄에 있는 대학, 시험칠래요, 기다려 주세요"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56

기세 좋게 머리 숙여 인사하고 다시 올려다보니, 선배가, 또 봐, 하며 웃어주었다. 심박수가 급속하게 빨라진다. 분명 지금, 얼굴 빨개졌다.

다시 한 번, 깊숙히 머리 숙이고선 그 자리를 떴다.


"또 보자"


처음엔 그렇게나 차갑게 들리던 목소리가 지금은 이렇게나 상냥하게 귀에 들린다.


여름바람을 스치며, 나는 달려나갔다.


-끝

Posted by 신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