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yanaginagi.net/info/?p=3500
언제나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언제나 작품을 기대해주시고, 따뜻한 응원 정말 감사합니다.
사적인 일을 이렇게 전하는 건 매우 부끄럽습니다만, 저 야나기나기는 이번에 일반남성분과 입적하였습니다.
라고, 큰 일을 치룬 것처럼 발표하지만, 물론 음악활동은 지금껏 해온 것처럼 계속하니, 제작환경에 변화는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으로서 한 단계 스텝업을 한 기분으로, 지금 이상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더욱 한 걸음 나아가겠으니,
앞으로의 야나기나기와 함께 해주셨으면 정말 정말 기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야나기나기
++야나기나기 프리미엄 팬클럽 메세지 카드 발췌
언제나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작품을 들어주셔서, 마음 담긴 메세지, 따뜻한 응원 언제나 감사합니다.
사적인 보고입니다만, 저 야나기나기는 일반 남성분과 입적하였습니다.
제 활동을 이해하며, 지원해주는 분과 만난 건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이렇게 말해도, 제작 환경이 변하지는 않고, 지금처럼 활동을 계속할 겁니다.
이 보고에 놀라신 분들도 있을 거라 생각되기도 하고, 저 스스로도 큰 일을 치루듯
발표하는 건 부끄럽지만, 사람으로서 하나 스텝업한 기분으로, 이제껏 이상
창작에 마음을 쏟고 싶다고 생각해, 이 자리를 빌어 보고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야나기나기와도 같이 해주셨으면 정말 정말 행복할 거예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야나기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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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twitter.com/i/moments/1075773128213651458
삼월의 판타시아 겨울 기획 #삼파시겨울
#1
분명 이게, 올해 마지막 라이브가 되겠지. 내 안에 있는 아픔을 끄집어내서 승화시켜주는 그 노랫소리, 가슴을 파고드는 사운드, 영상, 조명, 음향, 그 모든 것이 겹쳐져 세계를 만들고, 어느샌가 우리들을 모르는 장소에 데려다준다. 그 사람의 라이브가 정말 좋다.
#2
친구인 카야와 두근거리며 개연을 기다린다. 시간이 되고 BGM 볼륨이 서서히 작아짐과 동시에 가슴의 고동이 점점 커진다. 객석 조명이 꺼지고, 보컬이 스테이지에 선다. 엄청난 환성과 열기에 흥분되어 가는데, 조용히 인트로가 흘러서 조금씩 스테이지에 불빛이 들기 시작했다…
#3
---3월.
졸업식날 아침. 아직 파자마를 입은 그대로 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곡을 멍청히 들으면서, 문득 작년 라이브를 생각했다. 9월이었는데도, 아직도 왜인지 그립다. 고3 1년간은, 기분이 어지러울 정도로 변화해선, 때론 점점 심해져갔다. 그 옆에는, 언제나 카야가 있었다.
#4
4월. 신학기 초반에 배부되는 진로희망조사표. 3학년이 되고 바로 반에서는 수험모드가 떠돌고 있다. 난 작년부터 정해둔 대학명을 기입했다.
쉬는 시간은, 같은 “섬”에 있는 애들이 말하는 드라마 이야기를 잘 모르지만 웃고 고개를 끄덕였다.
난 가까운 자리끼리 자연스럽게 고정되어버리게 된 “섬”에 속한다.
#5
매해 그렇게 붙어다디는 애들과 행동하고, 놀면서 지낸다. 그건 그것대로 즐겁다. 불화를 꺼리는 것이 “섬”의 특징으로, 흔히 말하는 평화. 하지만 때론, 다들 사실은 뭘 생각하는 건가 모를 때도 있다. 거기엔 공허가 분명히 생겨날텐데도, 독립할 용기는 없어서 그 암묵의 룰에 따르고 있었다.
#6
5월. 오늘은 재빨리 학교를 빠져나간다. 향하는 곳은 CD숍.
신보(新譜)코너에 도착하니 시청하고 있는 어디서 본 기억이 있는 단정한 옆 얼굴에, 앗, 하고 생각한 순간 눈이 마주친다. 생긋 웃어준 건 같은 반인 히이라기 카야였다. 미스터리어스한 분위기를 내는 그녀가 보여준 그 웃는 얼굴은 지금도 뇌리에 박혀있다.
#7
“나도, 이 아티스트 좋아,해” 헤드폰을 벗으며 카야에게 얘기를 거니 “좋지. 음… 나가세, 였지?” 하며 신중하게 확인하듯 묻는 태도가 이상해서 “응, 나가세 미오”하며 웃으니 그녀도 히힛하고 입꼬리를 올렸다.
그대로 같이 카운터까지 가서, 같이 가게를 나왔다.
#8
“나 전철 타”하며 역으로 향하는 카야에게 “나도, 우리집 저쪽”하며 나란히 걸었다.
“전철 통학이라니, 뭐랄까, 동경한단 말야” “어? 왜?” 진짜 몰라서, 진지하게 되묻는 그녀를, 난 이미 좋아하기 시작했다.
#9
음악 얘기, 평상시 아무것도 아닌 얘기. 난 분명, 카야의 꾸밈없는 모습을 좋아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언제나 올곧으며, 그 말은 언제나 진짜라고 생각했다. 처음 얘기한 그 날부터, 잘 설명할 순 없어도, 퍼즐 조각이 딱 들어맞는 것처럼, 그런 편해지는 마음이 있었다.
#10
언젠가 난 “섬”에서 빠져나와 카야와 보내게 되었다. 그건 용기가 필요한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애들과 관계가 악화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반이 바뀌면 같은 “섬이었던” 사람들과 연락을 전혀 하지 않게 되는 것과 같이, 그런 비슷한 감각으로 서로 집착할 정도의 관계치는 없다.
#11
카야는 영어 수업 이외엔, 자주 수업을 빼먹는다. 영국에서 최신 패션을 배우기 위해 예술대학에 진학하고 싶다는, 그런 얘기를 들었을 땐 상당히 놀랐다. 보여줬던 의류 디자인 화집은 본격적이라, 그녀의 열정을 피부로 느꼈다.
난 명확한 꿈을 향해 매진하는 카야가, 정말 부러웠다.
#12
장래는, 아직 잘 모르겠다. 진로는 추천받은 인근 대학을 희망하고 있을 뿐이었다. “OO대학 A판정?!”하며 카야가 감탄하지만, 난 그녀의 올곧은 자유분방함을 동경할 정도로 난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분명 대학에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거라고 자신을 타이르며, 불안한 그림자를 떨쳐내었다.
#13
9월.
여름방학도 끝나고, 교실에는 긴장감이 더욱 짙어졌다. 9월 마지막날, 드디어 그 아티스트의 라이브 날이 왔다. 처음으로 이 지역 라이브하우스에 와준 것이었다.
#14
“맨 처음 인트로가 루프하는 중간에 어둑한 게 점차 빛과 조명이 더해져서, 점점 애태우다 노래로 들어가는 그 순간도 정말 최고! 후렴구서 푸른 빛과 스모크 안에서 부르는 모습도 정말 신이었어… 그리고, 초반에 했던 그 곡! 푸른색이 빨갛게 물드는 와중에 하늘 영상과 오렌지 색 조명이 딱 들어맞아서, 정말 좋았어…”
#15
공연이 끝난 뒤에 간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감정이 흘러넘치는 거에 끝나지 않아, 젓가락은 좀처럼 나아가지 못했다. “미오 쨩, 정말 즐거워보여” 카야가 웃었다. “진짜, 사랑이 넘치고 있어. 왜냐면 나 솔직히 그렇게 자세한 부분까진 안 봤는걸” “있지, 음악 관련 일은 흥미 없어? 엄청난 라이브를 만들 거 같아! 엄청 감동적인 거!”
#16
심장이 두근거리며 맥박이 뛰었다. 내가 저 사람의 라이브를 만드는 미래. 그건, 실은 처음 상상하던 건 아니었다. 그리고 동시에 떠오른 “도쿄” 프레이즈.
상당히 감미로우며, 엄청 잔혹해서, 뇌 속에 울린다.
난, 아냐아냐, 하고 웃으며 그 화제를 반쯤 무리하며 끝냈다.
#17
집에 돌아가 방에 들어가니, 내 손은 자연스럽게 책상 서랍을 열고 있었다. 쌓인 종이 속을 흩트린다. 찾았다. 바로 찾을 수 있었다. 전에 청구한 조명미술을 배우는 전문학교 자료를, 손에 쥔다.
#18
그 고2 여름 때의 라이브하우스.
어두운 조명 아래서 더듬더듬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너무나도 절실해서, 그 때 막연히 느꼈던 고독에 공조되어 가슴이 아파져와, 마지막 후렴구에서 커다란 빛이 세계를 비춰, 노랫소리가 마음 속 어디까지라도 스며와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정말로, 구원의 빛을 보았던 것이었다.
#19
그때부터 난, 조명 오퍼레이터라는 직업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엄마는 내가 뭔가 꿈을 가지게 된 걸 솔직히 기뻐해주었다. 문제는 아빠다. 난 과묵한 아빠의 상냥함도, 엄격함도 알고 있다.
#20
“젊을 땐 좋아한다는 감정만으로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일로서 계속 해나갈 수 있을까. 힘쓰는 일이기도 하고, 불규칙적인 일이겠지”
아빠가 엄중히 말해, 하지만…하고 입다물고 있으니, 다시 한 번 생각해보렴, 하며 타일러 주었다. 반대 태도를 취하는 아빠, 그리고 무서워서 그대로 얼어버린 내 한심스러움이 분했다.
#21
“좋은 대학에 들어가, 좋은 회사에 취직해서, 눈에 보이는 안정을 손에 넣으라”는, 아빠가 생각하는 “나를 위해서”가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엄마는 다시 한 번 설득해보려고 하셨지만, 나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건지, 할 수 있는지, 분명하게 알지 못하게 되어 그 이후로 그 화제를 피하게 되었다.
#22
그 때를 기억해내니, 머릿속 한 켠에 둔탁한 아픔이 찔렀다. 이제 9월. 이제와서 도쿄에 있는 전문학교를 시험치고 싶다니 반대당해도 어쩔 수 없어. 또 분한 감정을 가지게 될 바에야 희망 따위 가지고 싶지 않아. 낡은 잡지와 함께 엄마에게 건넸다. 감정이 터지기 전에 모두다 버리고 싶었다.
#23
버리고자 마음먹었지만 역시나 내 마음속에 쫙 달라붙어 남아있었다. 계속 마음 속에 숨겨두고 있던 감정을 더 이상 외면하는 척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무리하는 거 아냐? 그만두는 게 좋을 걸”같은 나약한 내 목소리에 다리가 얼어붙어서, 결국 난 어디에도 갈 수 없는 것이었다.
#24
10월도 어느새 중순.
좀처럼 나아가지 않는 과거문제집을 풀고 있는 와중, 잠시 쉬려고 트위터를 들여다봤더니 그 아티스트의 첫 무도관 공연이 발표되었다. “우와-----!” 목소리를 높여 기뻐하곤, 바로 카야에게 라인을 보낸다. 가슴이 크게 동요해선, 거친 호흡을 내쉬고 있었다.
#25
그 사람이 무도관 무대에 서는 순간, 핀 스폿으로 집중되고 노래가 시작된다. 그 소매로 신중하게 빛을 쐬면서도 고양되는 내 모습이 뇌 속에 떠오를 때, 뚝, 멋대로 눈물이 흘렀다.
역시, 전해야만 한다.
심호흡을 하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긴장하는 몸으로 거실로 향했다.
#26
“저, 역시 조명 오퍼레이터 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도쿄에 있는 전문학교에서 공부하게 해주세요”
“정말로 음악이 좋고, 라이브가 좋아서, 제가 라이브에서 구원받은 거 같아서, 소리의 세계에서 빛과 색채를 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 저, 계속할 자신이 있어요. 그러니까, 부탁해요…”
#27
침묵은 계속되고, 거실에는 티비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방송의 소리만이 허망하게 떠돌고 있다. 머리를 숙이고, 소원을 빌 듯 말을 기다리고 있으니 아빠가 입을 천천히 열었다.
“안된다”
“일은, 그렇게 얕볼 게 아니란다. 나중에 후회해봤자 늦는다”
#28
“…왜, 어째서 꿈을 좇는 거 조차도 허락해주지 않는 건데요?!”
분노와 후회의 감정만이 맴돈다.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난 그걸 훔쳐내지도 않고 내 방에 돌아가 문을 걸어 잠갔다. 아무 이야기도 듣고 싶지 않아. 침대에 조그맣게 웅크리곤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폭음 아래서 울고 있었다.
#29
울다 지쳐서, 어느샌가 자고 말았다. 아침, 핸드폰 알람으로 눈을 뜨곤, 무거운 머리로 알람을 멈추고 화면을 보니, 카야로부터 몇 건이나 라인이 와있었다. 무도관 공연에 대한 걸 완전히 잊고 말았다. 지금은 대답할 기력도 아무 것도 없이 무기력했다.
그래, 멍하니 어떤 걸 생각해본다.
#30
그리고 언제나처럼 교복을 입고, 아직 걱정하는 듯한 엄마와 언제나 변함없는 아빠와 평상시처럼 아침을 먹고 집을 나왔다.
걸어서 향하는 곳은 고등학교가 아니다. 평상시보다 가벼운 가방은 내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어딘가 멀리 가고 싶다.
#31
갈 곳도 생각하지 않은 채 전차를 탔다. 학교와 반대 방향으로 가는 전차는 상상했던 것보다 더 비어 있었다. 자리에 앉아, 창문 밖 풍경이 점차 모르는 거리로 변해가는 걸 멍하니 바라본다. 처음으로 학교를 땡땡이쳤다. 그러나 죄악감보다도, 조용히 고양되는 마음이 더 커지는 게, 스스로도 놀랐다.
#32
음악을 들으며 흔들리고 있자니 어느새 종점역에 다다르고 말았다. 개찰구를 나갈 때 주머니 안에 핸드폰이 울린다. “오늘 쉬어?”라고 카야에게서 온 라인에 “땡땡이”라고만 대답했다. 조금 더 걸은 곳에 명화 극장이 있다. 음악영화를 잘 상영해주는 극장이라, 1200엔에 2편 볼 수 있어서 좋다.
#33
극장을 나갈 즈음엔 오후 3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나는 포테이토의 좋은 향기에 이끌려 맥날에 들어갔다. 프랑스 영화 두 편 다 볼 때엔, 자 버렸지만 시간을 보내기엔 딱 좋았다. 주문하고, 가방에서 지갑을 꺼낼 때에 보인 파란색 꾸러미가, 오늘 아침 언제나처럼 엄마가 건네준 도시락을 기억해낸다.
#34
이미 주문은 해버렸다. …. 도시락은 나중에 먹자.
배는 고플텐데 포테이토가 맛없게 느껴지는 건, 마음 속에 숨어있는 고독과 불안을 깨달았기 때문이려나. 주위 시선에도, 안정되지 않는다.
이제부터 어쩌지, 창문 건너편을 올려다보니 “가라오케 우주”라는 이름의 간판이 눈에 보인다.
#35
외관부터도 낡아보이지만 내부는 리모델링되어, 오히려 청결함이 돋보였다. “12시~19시까지 몇 시간 불러도 500엔!”란 글자에 마음 속으로 감사를 느낀다. 방에 들어가 리모컨을 손에 들고 조금은 즐거워진 기분에 들떠버렸다.
#36
5곡 정도 부르고, 지겨워졌다. 혼자서 부르는 가라오케는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오늘은 전혀 즐겁지가 않다. 왜지, 하고 구두를 벗고 소파에 다리를 편하게 하니 뇌가 얕은 수마(睡魔)에 덮쳐진다. 난 그대로 벽에 기대어, 어느샌가 자버리고 말았다.
#37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점차 가까워져 눈을 뜬다. 아이돌 여럿이 환하게 웃는 영상을 멍하니 바라보며, 몇 시지, 하고 주머니에서 꺼낸 새까만 핸드폰 화면에, 상영 전에 전원을 껐던 걸 생각해낸다. 전원을 넣으니 화면엔 18:42가 표시된다. 그 밑으로 나오는 알람.
#38
카야 짱,하고, 엄마,의 이름. 평상시라면 이미 귀가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엄마 이름엔 쿡하고 가슴이 아파와, 터치하려는 걸 참는다. 카야의 이름을 누르니 바로 전화를 받았다.
“미오 쨩? 괜찮아?”
“전화 못 받아서 미안…. 자고 있었어…”
“응? 뭐? 지금 어디야?”
#39
걱정 반, 화남 반이 섞인 목소리가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온다.
“OO 역 카라오케 우주…”
라고 전하니,
“우주? 음-, 나도 갈게”
라고 카야가 말했다. 그게, 한없이 기뻐서, 난 혼자이고 싶었을 텐데, 고마워, 라는 말이 솔직히 흘러나왔다.
#40
엄마는 분명 엄청 걱정하고 있겠지. 아빠는 어떠려나. 걱정해 주려나? 반대한 걸 후회하려나?
… 그렇다면, 더 후회해줬음 좋겠다. 콕콕 찌르는 아픔을 무시하고, “집에는 안 갈래”라고만 엄마에게 보내곤, 난 마음먹고, 다시 한 번 핸드폰 전원을 껐다.
#41
가게를 나오니 차가운 밤 공기에 다시 마음이 허전해진다.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되살아나는 선명한 라이브의 기억. 무도관 공연은 6월 8일이다. 가고 싶어. 조금 앞에 있는 미래, 난 뭐 때문에 살아가고 있는 걸까. 내가 그리는 꿈은 이렇게 부정당하고 마는 건가. 분해서, 또다시 눈물이 차오른다.
#42
잠시 시간이 흐르고 가벼운 차림을 한 카야가 와선, 교복을 입은 날 보고서 놀랐다. “교복차림으로 가출? 위험하잖아!” 그렇게 말하곤 기가 막혀 웃는 그녀가 작게 안았다. “미안, 고마워” 참아왔던 눈물이 조금 흘러나왔다.
“배고프지 않아?” 물어보는 카야에게, 배고파,라고 말하려는 동시에
#43
“아, 도시락… 있어”라고 말하며, 생각이 났다. “그럼 공원에서 밥 먹자. 이제야 좀 가출 같아” 카야는 웃으며 스마트폰으로 근처 공원을 찾아 걷기 시작했다.
둘이서 나란히 밤거리를 걷는다. 아까까진 불안 밖에 없던 어둑한 밤도, 카야가 옆에 있으니, 어딘가 별을 찾고 싶은 여유마저 생겨날 거 같다.
#44
가는 길에 잡화점에 들려 산 담요를 무릎에 올리고, 공원 벤치에 앉는다. 붙어있으니, 생각이상으로 따뜻하다.
예쁘게 싸인 도시락을, 좀처럼 열지 않는 나를 향해 “그래서, 왜 학교 땡땡이 치고 가출한 거야?” 고기만두를 먹는 카야가 묻는다. 한 번, 크게 숨 쉬고 어젯밤 일을 전부 얘기했다.
#45
“카야 짱은 말야, 유학, 반대는 없었어?”
“계속 거부당했었어-. 일본에도 유명한 학교는 있을 거야라며 크게 반대하고. ….하지만 말야, 어느 잡지서 읽은 파리 콜렉션 특집이 그거 정말 충격적이었어. 그래서 영국 브랜드에도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그렇게 차츰, 아아 나 절대로 저기서 배우고 싶어 라고 말야”
#46
“하지만 전혀 납득해주지 않아서, 분해서 영어만이라도 상위에 들려고 필사적으로 공부했어. 고1 1년간은 죽을 기세로 알바해서 백만엔 저축했어. 그래서, “저 진짜로 해외에서 배우고 싶어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돈도 스스로 벌 테니 가게 해주세요”라고 머리 숙였지. 결국 부모님도 체념하신 거 같아”
#47
돈 문제가 아니었으니 그렇게 무리하지 말라며 혼내셨어. 라고 말한 카야의 엄청난 노력에 솔직히 감동받았다. 꼬르륵, 하고 배가 울렸다.
도시락 먹어, 카야가 웃는다. 싸인 걸 풀고 뚜껑을 여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들이 정갈하게 놓여있었다.
#48
가슴이 꾸욱 아파온다. 난 가장 좋아하는 닭튀김을, 천천히 베어문다.
알고 있다. 아빠도, 날 걱정해주시는 걸. 난 분명 과보호 하에 자라왔다. 소중히 자라왔단 걸 안다. 하지만, 나도 마찬가지로, 이 꿈을 소중히 키우고 싶은 것이다.
#49
빈 도시락통을 가방에 넣으니, 엣취, 기침이 났다.
“돌아갈래?” 자연스런 말투로 카야가 말한다.
“…돌아가고 싶지 않아”
나직이 말하는 내게, 우리가 커플이냐! 하고 태클거는 카야의 든든함은 헤아리기 어렵다. 하지만 이 이상은,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았다.
#50
“여기까지 와 줘서, 정말 고마워. 얘기도 들어줘서 기운 났어. 이젠 혼자서도 괜찮으니까!” 오늘 중에서 가장 기운 찬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아직 막차 있기도 하니, 난 돌아갈게. 하지만, 미오쨩 혼자가 되버리잖아? 괜찮겠어?” 저기 말야, 하고 커다란 눈동자가 추궁한다.
#51
“그거야, 외롭지만서도…”
“그럼 같이 있자고, 말 안 할 거야. 이제와서 사양하지마”
그리 말하곤 토라지는 카야가 왠지 참을 수 없을 만큼 사랑스러웠다. “고마워” 카야를 올려다보니 몇 초간 서로 바라보는 형국이 되어, 갑자기 이상해져서, 우리들은 큭큭 웃었다.
#52
밤엔 만화 카페려나, 중얼거리는 카야. 근처 역에 하나 있다고 말한다. 역까지 돌아가자는 그녀에게, “저기 선로 옆길 걸어보자”고 제안했다. 시골 한 역은 4-5Km정도 한다. 그래도 어딘가 조금 더 둘이서 이 밤을 걷고 싶었다. 음-, 살짝 고민하더니 “좋아, 재밌을 거 같아”고 장난스런 눈을 한 카야가 웃는다.
#53
Stand by me라고 하는듯, 웃으며 밤거리를 걷는다. 우리들의 비밀여행. 카야와 함께라면 어디라도 갈 수 있어, 같이 강하게 생각하지만 어느 사이엔가, 깊은 밤이 마음을 엄습해온다. 카야의 소매를 꼬옥 붙잡으니 상냥하게 달래주었다.
올려다본 밤하늘은 우리들을 지켜주듯이, 작은 별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54
한시간 정도 걸어서야 가고자 했던 역에 도착하니 바로 앞에 “만화 카페” 간판이 보였다.
금요일 밤이라서 그런지, 조금 번잡한 계산대에서 계산을 마치고, 처음 들어간 페어 시트는 어딘가 진정되지 않아서, 두근거리며 혼자 잡지를 읽는다.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카야는, 먼저 샤워하러 갔다.
#55
샴프 향기에 잠기려던 눈꺼풀이 생기가 오른다. 카야가 돌아왔다. 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샤워실에 들어간다.
따뜻한 물을 적시니 느긋히 근육이 풀리며, 이렇게나 몸이 굳어졌단 걸 깨닫는다. 모든 걸 씻어내듯, 난 정성껏 몸을 닦고 샤워실을 나왔다.
#56
방에 돌아가니, 카야는 기분 좋은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다. 그 긴 속눈썹은, 잠들어 있으니 오히려 눈에 띄게 느껴진다.
고마워, 잘 자, 마음 속으로 중얼거리며, 그녀의 가느다란 어깨에 담요를 걸치고 조명을 끈 후, 나도 눈을 감았다.
#57
눈이 떠지고 한 순간 동요한 뒤에야, 그래 가출했었지, 하고 아직 덜 깬 뇌가 기억을 해낸다. 카야는 아직 잠들어 있다. 몇 시지, 시간을 확인하는 방법은 역시 핸드폰 밖에 없어서,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엄마에게서 온 대량의 착신이력과 메시지. 그리고 아빠에게서도 “돌아오렴”이란 메시지가 와 있었다.
#58
그걸 전부 읽음 상태로 해 둔다. 모든 게 싫어져 내던지고 뛰어나왔지만, 어찌되었든, 날 배려해주는 가족을 걱정하는 것이었다.
“왜?” 복잡한 표정을 하는 나에게 카야가 묻는다.
“…부모님이 조금 걱정되, 어서… 두 분다 날 걱정해주시니까” 힘없이 웃는 날 검게 빛나는 커다란 눈이 바라본다.
#59
“…그치만, 무슨 낯짝을 하고 돌아가면 되려나” 하고, 웅얼거리니,
“어제부터 계속 생각했던 걸, 다시 한 번 전해봐”
라고 해준 카야의 상냥한 목소리가, 가슴 속에 부드럽게 울렸다.
#60
휴일의 텅 빈 전차에 몸을 맡기며, 아직 불안과 긴장에 또다시 짓눌릴 뻔한 그 때, 이어폰 한 쪽을 건네받았다. 잠자코 귀에 거니 흘러나오는 심각한 노랫소리. “폴더 봤더니 이 영상을 발견했어” 라며 우는 카야의 핸드폰엔 가라오케에서 떠드는 언제가의 우리들이 있었다.
#61
바보같아, 서로 웃으니 이윽고, 카야가 내릴 역에 도착한다.
“고마워, 정말” 그렇게 전하니 카야는 “힘내”라고 웃으며 손을 흔들며 전차에서 내렸다.
익숙한 풍경이 가까워짐과 동시에 긴장으로 물든다. 분명 이게 마지막 기회다. 크게 심호흡한다.
#62
개찰구를 나가 집까지 걷는 도중,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돌아보니 숨을 헐떡이는 엄마가 있었다. “걱정했잖니…” 울먹이는 엄마의 목소리와 숨을 못 쉴 정도로 껴안아져선 나도 눈시울이 뜨거워져 “죄송해요…”라고 솔직히 사과했다.
엄마와 나란히 걷는다.
“걱정 끼쳐서, 죄송해요”
#63
“…미오의 행복을 생각하는 마음은, 아빠도 마찬가지인걸. 그치만, 역시 걱정이야”
“아빠 잠 안자고, 학교에서 나눠준 자료를 읽어보셨어”
“에…?”
“미오가 더 이상 필요 없다며 건네 준 그거, 안 버렸거든”
겨울의 맑은 아침해가 물들어간다. 흘러 떨어지는 눈물이 내 뺨을 천천히 적셔간다.
#64
다녀왔어요, 거실 문을 여니 소파에 앉은 아빠에게서 “늦었구나”라고 무뚝뚝한 대답이 돌아왔다. 테이블 끝에는 자료가 놓여 있었다. 옆에 앉으니 아빠의 얼굴이 조금 초췌해 보였다.
“아빠, 걱정 끼쳐서 죄송해요”
그렇게 말하곤 머리를 숙인다. 엄마가 아빠 옆에 앉았다.
#65
“전…아직도 어린애라, 여태까지 많이 도움받아 왔어요… 아빠가 걱정해준 마음도 알아요. 하지만, 그래도 말이죠 저, 역시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이렇게나 열중할 수 있는 거 분명 이 다음엔 없을 거니까요… 학비도, 제대로 일해서 돌려드릴게요”
“…그러니 부탁해요. 공부하게 해주세요”
#66
점점 빨라지는 고동에 호흡은 거칠어지고 목소리는 떨리면서도 제대로 전해, 다시 한 번 머리를 숙인다. 침묵이 떠돈다.
“알았다”
아빠의 말에 천천히 머리를 든다.
“할 수 있는 만큼은 해보렴”
그 말이 들린 순간,
#67
고마워요, 하며 다가가려니 전신에 힘이 빠져서, 소파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곧바로 자세를 고쳐 “아빠, 고마워. 정말 힘낼게” 그렇게 전하고 점차 실감이 나 가슴 속 기쁨이 승천해서, 빨라지는 호흡에 거실을 뜰뜨며 돌아다니니, 진정하렴, 아빠가 희미하게 웃으셨다.
#68
----그 때 일은, 분명, 잊혀지지 않겠지. 18년간, 기뻐서는 혼자서 들뜨고, 분해선 숨 죽여 울던 이 방도, 이제 조금 있으면 나서게 된다. 감상적인 기분에 빠져있으니 “늦겠어-“라는 엄마의 목소리에 현실로 돌아온다. 네-에,라고 대답하며 마지막으로 입는 교복을 입고, 식탁으로 향했다.
#69
테이블로 오니, 마지막 교복차림이라고, 빵을 먹는 모습, 머리 정리하는 모습을 엄마가 사진으로 담는다. 이 사진 필요해? 필요하거든! 라고 웃으며, 마지막으로 3명이서 사진을 찍는다. “졸업식, 둘이서 갈 테니까” 엄마의 말로 배웅 받고, 집을 나선다.
현관 문을 여니
“안녕”
카야가 서 있어서 놀랐다.
#70
둘이서 학교까지 걷는다.
“같이 등교하는 거 왠지 처음이야” 그렇게 말하니 “처음부터 끝이라니 감상적인걸”이라는 그녀의 익살스런 말에, 조금 더 이렇게 같이 지낼 수 없다는 걸 생각하니 다시금 가슴이 아려왔다.
“나, 고등학교 그만두고 싶었어” 카야가 말한다.
#71
“공부도 전혀 모티베이션 안 나오고 친구도 없었고. 하지만 졸업 안 하면 여러가지로 귀찮으니까, 적당히 다녔었고”
“그래도 이제와선, 섭섭해. 미오 쨩하고 못 만나는 걸”
처음 알게 되었을 땐 잘도 수업 빼먹던 카야도 후반에 와선, 꽤나 출석했었다. 그런 건, 나도 마찬가지야, 라고 중얼거리며 카야의 등을 쿡 찌른다.
#72
“영국, 멀어-“ 나직이 입에 담으니, 둘 간에 정적이 살짝 생겼다.
“슬픈 밤 따위 생각나지 않도록 덮개로 덮자-♪ “ 가볍게 흥얼거리듯 노래 부르는 카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 날, 그 CD숍 신보 코너에 늘어서 있던 그 곡.
#73
나도, 작게 흥얼거린다. 카야의 노랫소리가 점차 커져가면서 내 노랫소리도 커진다.
“이 곡, 무도관에서 불러줬음 좋겠네”
“맞아! 아- 빨리 라이브로 듣고 싶어”
벚꽃이 흩날리는 가로수길에, 우리들의 노래와 웃음소리가, 어디까지라도 울려퍼지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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